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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국공립대특허법인설립의 의미

2002.04.03 10:53

배태섭 조회 수:2157 추천:5

국·공립대학 특허법인 설립의 의미

국·공립대학 특허법인 설립의 의미

배태섭(연구소회원)

1. 문제제기

산업자원부는 국·공립대의 특허권 소유를 인정하는 내용의 기술이전촉진법과 특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전국 46개 국·공립대도 소속 교수들이 연구·개발한 특허권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공립대는 내년부터 기술을 개발하고도 활용하지 못해 사장되던 교수들의 특허를 법인격 있는 기술이전 전담조직을 통해 관리, 대학에 따라서는 연간 10억 원 이상의 기술료 수입을 올릴 것으로 산자부는 예상했다.

<연합뉴스> 2001. 12. 10

서울대가 이르면 내년 6월말께 국립대로는 처음으로 교수들의 직무상 발명에 대한 특허 출원과 관리, 기술이전 등을 전담할 특허법인을 설립한다. 서울대는 19일 “이 달 초 특허법 개정안이 통과돼 국·공립대학도 교수의 특허권을 소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특허소유와 관리를 맡을 법인을 만들기로 했다”며 “내년 6월 말께 법인등록 등 설립절차를 끝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략)

서울대가 설립할 특허법인은 재단법인의 성격을 갖는 특별법인 형태로, 서울대 교수의 직무상 발명에 대한 특허출원과 기업체와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등 특허 관련 모든 업무를 대행·관장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특허권은 법인이 소유하되, 기술료 등 관련 수입은 법인과 발명 당사자, 해당 교수가 속한 단과대 및 연구소 등에 각각 일정비율로 나눠 지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01. 12. 19

지난 해 말 산업자원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기술이전촉진법과 특허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공립대학 교수의 직무상 발명에 대한 특허권은 모두 국가 및 자치단체에 귀속되어 대학들은 특허 출원을 기피해 왔으나 특허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공립 대학 교수의 특허권을 해당 대학이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서울대가 교수들의 특허권을 관리할 법인 설립을 추진함에 따라 학내 연구개발과 기술이전 활성화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산자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80년 미국에서 도입된 Bayh-Dole법을 따른 것으로, 미국에선 이 법의 도입 이후 연방정부 지원에 따른 국유특허의 소유를 기존의 연방정부에서 대학으로 일임한 뒤 기술개발 성과가 급증한 선례가 있었다.

이하에서는 '국·공립대학 특허법인 설립 추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미국의 Bayh-Dole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2. 미국에서의 특허권 관리 1)

가. Bayh-Dole 법의 주요 내용과 성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상당수의 대학들이 교직원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을 보유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수 또는 연구원들이 대학시설을 사용하여 만든 발명에 관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은 1980년 특허법을 개정(Bayh-Dole Act)하여 연방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성과에 의한 발명에 대해 대학이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연방정부는 무상의 통상실시권(non-exclusive license::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포함하여 모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을 갖게끔 하고 있다.

핵심 내용을 보자면, 대학과 같은 비영리법인이나 중소기업은 연방정부 또는 산하기관의 기금에 의하여 이루어진 연구성과에 대하여 일정한 의무이행을 전제로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는 바, 대학이 이행할 의무는 ▲정부기관에 대하여 발명에 관한 보고(disclosure)를 적절한 시기에 할 것, ▲공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권리의 보유여부를 선택할 것, ▲일정한 기간 내에 특허출원을 할 것, ▲특허출원시 발명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과 권리에 관하여 명기할 것(만일 대학이 특허출원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대학에 허여한다는 조건으로 연방정부가 특허출원을 한다)등이다.

이를 계기로 대학으로부터 라이센싱을 받아 1980년 이래 2,200개, 1998년 한해에만 364개가 넘는 회사가 탄생되었고, 대학의 기술이전으로 매년 약 800억 달러의 실시료 수입, 400억 달러 상당의 경제활동 그리고 27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0년 이전의 경우 미국대학의 특허는 259개에도 못 미치고 상업화되지 않는 것이 많았으나 오늘날은 매년 3,000여건의 특허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200개가 넘는 대학이 기술이전에 참여하고 있다.

나. 특허관리전담조직(TLO)의 역할

미국의 대학들은 연구자와 대학간에 특허권의 귀속에 관한 내규를 만들고 독자적인 특허관리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즉 Bayh-Dole법을 계기로 거의 모든 대학들이 특허권을 운영·관리하고 연구성과를 상업화하기 위해 '특허관리전담조직' 또는 '기술이전사무소(Technology Licensing Office)'를 설립하기 시작하여 현재 약 240여 개에 이르는 TLO는 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 -Association of University Technology Managers)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적극 활동하고 있다2). 1998년 한해 동안 미국 대학은 11,784건의 발명을 공개하였으며 특허출원건수 4,808건, 특허취득건수 3,224건, 새로운 라이센스 계약체결 3,668건, 이를 바탕으로 한 Start-up 회사설립이 364개였다. 1998년의 대학의 로얄티 수입은 725백만 달러를 넘어섰다. 1999년 미국 대학 내 TLO의 연간 기술료 총수입은 862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TLO가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은 대학에서 이루어진 상업적 가치가 있는 발명을 상업화하고 이를 통해 대학의 교육, 연구,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TLO의 역할은 ▲산업화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보고 받고, ▲특허출원 등을 통해 발명자의 특허권을 보호해주고, ▲발명자와 기업을 연계시키는 과정에 관여하여 상업화를 촉진시키며, ▲기업과 연구자들 간의 공동연구를 촉진시켜 주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대학의 TLO는 독자적인 사무체계를 갖추고 연구비 유치, 연구결과의 평가, 특허권·저작권·상표권 확보를 통한 지적재산권보호, 보유기술에 대한 마케팅, 라이센스교섭과 계약,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생 벤처 내지 start-up회사의 설립 또는 주식지분의 인수, 기술료수입의 배분과 연구기금확보, 지적재산침해행위에 대한 대응 등의 사무를 맡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대학은 그 소속 교직원, 연구원 및 직원에 대해서 그 직무중의 모든 발명에 대한 권리를 대학 TLO에 양도하는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3) 특히 대학과 고용 관계에 있는 교직원에 대해서는, 발명권 양도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채용의 조건이 되고 있다.4) 대신 학내규정에 의거하여 대학은 발명자에게 로열티의 일부를 배분하는 것이다. 다만, 대학은 학내의 특허관리지침 및 지적재산권 관리지침을 근거로 하여 발명자에게 현실적인 이익분배를 약속하고 특허출원의 판단 및 출원비용까지 책임진다. 보상체계에 있어서도 일단 특허가 상업화될 경우 발명자가 기술료 수입의 20~30%를 분배받고 기술료 수입 배분액 중 일정액은 통상적으로 발명자가 속한 대학이나 연구소에 연구비 내지 연구자금으로 출연된다. 대다수의 대학은 특허관리지침에 근거하여 발명자와의 거의 정형화된 합의를 통해, 특허권 또는 특허받을 권리를 양도받는 형식으로 대학의 특허권을 확보한다. 발명자는 대학 TLO에 발명신고만 하면 나머지 절차는 TLO의 라이센싱 담당자가 전문적으로 상업화 및 기술이전을 도모하고 진행하는 역할분담이 대학 내에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대학의 TLO는 ▲발명자가 꺼려하는 특허비용 내지 상업화에 대한 위험부담을 대학이 떠맡는다는 점, ▲대학측이 발명자에 대한 철저한 금전보상지급을 해 인센티브를 향상시킨다는 점, ▲전문적인 라이센싱 담당자가 존재함으로 인해 상업화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 등의 장점을 지녀 효율적인 특허관리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 미국 대학 TLO의 역할 변화

미국 대학 내의 특허관리전담조직들은 초기의 특허권을 관리하고 라이센스 계약체결 등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특허권을 상업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산업체와의 중개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TLO가 직접 벤처창업을 지원하고, 벤처캐피탈을 유치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도 TLO의 존재로 인해 첨단기술분야에 있어서 '연구 개발'과 '상업화'가 일체가 되어 상업화에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미국의 대학에서는 Start-up신규기업설립의 지원을 위해서 대학 스스로가 '연구공원(research park)' 혹은 '연구소(research center)'를 정비해, 비즈니스·인큐베이터 기능을 부가하기도 한다.

1980년 Bayh-Dole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연방정부가 일부라도 출연한 모든 기금이나 재단의 출연 하에 이루어진 발명은 연방정부에 귀속하였으나 그 후 '연방정부로부터 연구자금을 받았다 해도 학내의 연구성과에서 파생된 특허권은 예외없이 대학에 귀속한다(단, 연방정부가 연구결과를 사용하기 원할 때는 제약 없이 지적재산권을 공공목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는 방향으로 특허권의 귀속 방침이 바뀌게 되었다. 연방 정부 출연기금에 의한 연구결과에 대하여 대학이 원할 때에는 스스로 특허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하여 이득을 얻을 기회를 부여한 Bayh-Dole법은 대학의 발명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대학으로 하여금 매우 성공적으로 기술이전을 실현하여 효과적인 입법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3. 국내 국·공립대학 특허제도 및 관리 현황

국내 이공계 분야 박사 학위 소지자의 46%가 몰려 있는 대학의 특허출원 건수가 국내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과학재단 정현희(지식확산팀장) 박사가 과학재단 소식지 6월호에 기고한 「기초연구 특허출원 활성화 방안에 대한 제언」이란 논문에 따르면 지난 82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 대학의 특허출원 건수는 23,425건으로 국내 전체 특허출원 건수 791,114건의 3.5%에 불과했다.

대학별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751건으로 가장 많고 서울대 1,666건, 포항공대 794건, 호서대 761건, 한양대 715건, 연세대 694건, 경북대 618건, 충남대 577건, 부산대 523건, 인하대 479건, 고려대 464건 등의 순이며, 국내 237개 대학 중 9.7%인 23개 대학이 대학 전체 특허출원 건수의 절반이 넘는 56.2%(23,425건 중 13,173건)를 점유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 7. 4

 

 표 1 국립대학(대한민국 명의)의 특허권 보유 현황 (2001. 10. 현재)
 

대학

특허

실용신안

의장

해외특허

경북대학교

24

4

-

-

28

서울대학교

11

-

-

-

11

충남대학교

10

-

-

-

10

강릉대학교

7

-

-

-

7

경상대학교

3

1

2

-

6

부경대학교

3

1

-

-

4

제주대학교

4

-

-

-

4

창원대학교

-

3

-

-

3

부산대학교

2

-

-

-

2

한밭대학교

2

-

-

-

2

목포대학교

2

-

-

-

2

전남대학교

1

-

-

-

1

여수대학교

1

-

-

-

1

안동대학교

-

1

-

-

1

70

10

2

-

82

현행대로라면 국·공립대학 교수의 직무발명5)은 국유특허로 관리된다. 국·공립대학의 경우 특허권 등을 소유할 수 있는 법인격이 없어 국가가 특허권을 승계하여 특허권이 국가명의로 등록되고 특허청이 관리하며 수익금이 모두 국고로 들어간다. 다만 당해 발명을 한 국·공립대학 교직원은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에 따라 일정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 규정도 국유특허와 관련해서는 특허등록 건당 50만원의 등록보상금 외에 처분수익금을 1000만원 이하일 때 30%, 5000만원 초과 시 10%선에서 지급하고 있으며 기관포상금으로 처분수익금이 1억 원을 초과할 때 1000만원을 별도 지급 가능하도록 돼있다.

     표 2 대학·연구소의 특허출원 현황  (단위 : 건, %)
 

구분

'98

'99

2000

2001. 7

대학

354(0.47)

482(0.59)

629(0.62)

387(0.72)

국공립(연)

130(0.17)

99(0.12)

95(0.09)

80(0.14)

정부출연(연)

2,765(3.67)

3,023(3.75)

2,248(2.21)

886(1.66)

특허 전체

75,188

80,642

101,782

53,480

※ ( )는 전체 특허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율

이에 따라 국·공립대 교수들은 직무발명에 의한 특허출원을 기피하고 있고, 설사 출원했다하더라도 기술이전에는 소극적이다. 산업자원부가 제출한 자료6)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국·공립연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연구 개발성과는 99년 기준 22,000건으로 이 중 2,000건(9.1%)만이 실용화되고 있고, 정부 R&D예산 중 전국 46개 국·공립대학에 투자된 규모는 99년 2,504억 원, 2000년 2,293억 원(전체 R&D예산 3조 7,495억 원 중 6.1%), 2001년 2,534억 원(전체 4조 4,276억 원 중 5.7%)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7) 위의 표에서 보듯이 국·공립대의 국유특허는 총 82건이고, 그나마도 전체 46개 대학 중 14개 대학만 해당한다. 서울대의 경우 국유특허가 11건, 개인출원 특허가 400여건이나 이 가운데 상당부분은 직무발명에 의한 국유특허에 해당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듯 현재 국내 국·공립대학 특허관리 현황을 통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국가차원에서 세금을 통해 막대한 자금이 지원되나 연구성과는 아주 미약하고 그나마도 공익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교수 개인의 특허로 등록되어 국유로 되어야 할 직무발명이 개인의 이윤으로 귀속되는 사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응해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앞서 살펴본 미국의 Bayh-Dole법을 도입하여 국·공립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을 포괄하는 기술이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Bayh-Dole법안은 과연 성공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을까? 또한 Bayh-Dole법은 국내 연구성과 사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4. 국내 국·공립대 특허법인 설립이 야기할 문제점  8)

가. 대학의 공공성 약화

Bayh-Dole법안의 올바른 취지는 기술이전을 통한 경제적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연구성과의 자유로운 확산과 활용 촉진이 되어야 한다. 이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의 원리와도 부합하는 것이다.9)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이러한 취지가 무시된 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지원 하에 이루어진 연구성과가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대학과 일부 기업에 독점적 소유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대학이 점차 기업화되어 이윤 극대화에만 눈이 멀어 공공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지식 생산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의 학술연구재정 지원은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감소한 반면 1980년에서 1998년까지 기업이 대학연구에 지원한 돈은 매년 8.1%의 증가율을 보여 1997년에는 19억 달러―20년 전과 비교할 때 약 8배에 이른다―에 달한다. 의회에서는 산학협동 연구에 투자하려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실제로 Bayh-Dole법 통과 이후 강화된 산학협동체제는 미국의 생명공학 및 컴퓨터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가 수행되는 조건까지 강제적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교수들도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이 기업 이윤추구의 전진기지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TLO의 역할 변화와 관련하여 특히 생명공학분야에서는 대학연구실에서의 작업이 기업화되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고, 교수-창업자라는 새로운 전형을 창출해내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보이어 교수에 의해 유전자 재조합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바탕으로 제넨테크사가 설립되면서 미국의 생명공학산업이 촉발되었는데, 특허기간동안 총 467개 사에 실시권이 허여되어 대학의 로얄티 수입이 2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0) 그러나 이와 같은 수입의 대부분은 극히 예외적인 성공사례로부터 확보된다. MIT의 TLO 책임자였던 리타 넬슨에 의하면 '모두가 TLO를 통해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런 바램에 근접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다'라며 DNA재조합기술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고 실제로 높은 수익성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Press & Washburn, 2000)

이렇듯 미국의 대학은 이윤 추구에 과도한 집착을 보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법률자문비를 지출하고 있다. 대학기술경영인협회의 연례보고서는 10여 개의 주요 대학에 대한 1997년 회계자료를 통해 특허 및 인가로 얻은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법률자문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이 당장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첨단 연구영역에만 투자를 함에 따라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이 존폐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당국이 인문학과정을 축소하거나 교과과정 자체를 인터넷에서 패키지로 판매되는 '온라인 컨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있다. 교육에 대한 공적 지원이 감소하는 상황은 대학관료들이 온라인 교육을 적은 비용으로 대학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게끔 하고 있고, 교육과정을 단순한 상품으로 전락시켜버리고 있다.

학문의 자유 침해

대학의 연구의제가 기업에 의해 좌우되면서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지식생산 기지로서의 대학의 기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대학에 연구지원을 하는 기업후원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구내용이 사전 검열되고 조작되는 일도 있다. 1996년 산도즈사는 자사의 지원 하에 연구·개발 중이던 고혈압 치료제인 칼슘경로차단제가 발작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원고에서 그 구절을 삭제해버렸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지』에 의하면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은 항암제에 대한 연구는 이윤과 결부되지 않은 연구에 비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경우가 12%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Press & Washburn, 2000)

국내의 일부 논자들은 각 대학별로 이러한 성과를 교수나 대학의 업적 평가에 반영해 교수사회나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11)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교원업적평가 항목에 특허출원건수를 점수화하여 인사고과, 급여나 연구비 차등지급 등 교수사회의 경쟁을 격화시키려 하고, 또 대학평가시에도 특허실적을 반영하여 재정의 차등지원, 각종 세제혜택 등을 부여하자고 한다. 만약 정말 이렇게 된다면 교수들은 당장의 성과에만 집착하여 상업화의 가치가 있는 기술개발에만 열을 올리게 될 것이며, 아주 위험한 기술이 탄생하게 될 위험성이 짙다. 기형적인 재정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대학들은 재정확보를 위해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이윤추구의 첨병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특허실적에 따라 국내 대학의 점수가 매겨진다면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서열화의 문제는 그 해결 기미가 점점 더 요원해진다.

나. 과학기술의 비민주화

연구규범의 변화 : 과학자 사회의 비밀화 경향

학술지 발표를 통한 자유로운 정보의 공개와 흐름은 과학자 사회의 오랜 전통이었고 과학적 성취의 주요 동인으로 여겨져 왔으나, 현재 미국의 경우 기업이 지원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들은 일정 기간동안 작업의 방법과 결과를 비밀에 부칠 것을 요구하는 협약에 동의하고 있다. 1997년 『미국의학협회지』는 대학연구자 2,167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20% 정도의 연구자들이 기업의 요구로 인해 6개월 이상 발표를 연기한 사실을 밝혀냈다.(Press & Washburn, 2000)

연구의제의 통제

미국대학에서 기술이전에 성공한 사례의 86%는 생명공학관련 기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산학연계체제가 강화되고 교수-기업가 라는 새로운 전형을 창출하며 미국의 생명공학 산업과 컴퓨터 산업은 급성장했다. 이렇게 당장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는 연구들에만 지원이 됨에 따라 상업적 이윤을 내지 못할 과학영역은 쇠퇴하게 될 문제가 있다. 이러한 연구영역들은 보편적으로 공익을 위해 쓰여질 수 있는 연구성과를 낳는다. 이를테면,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술, 공중보건 기술 등 보편적 가치를 위한 연구영역들은 당장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이므로 사장되어 버릴 것이다.

특정 기업에 의한 지식의 독점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기업이 자기 책임 하에 스스로 방대한 기초연구개발에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대학이 연방정부의 자금에 의해 개발한 연구성과에 대해 라이센스를 허락받는 것이 돈도 덜 들 뿐 아니라, 투자위험부담도 줄일 수 있다. Bayh-Dole 법에 의하면 기업은 특허발명에 대한 독점적 실시권을 대학의 TLO와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대학이 국립공중보건연구소(NIH)로부터 연구자금을 받아 개발한 연구성과에 대해 대학 TLO에 권리가 귀속되면 생명공학 관련기업이 대학으로부터 독점적 실시권을 받는 식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술을 특허양도나 실시계약을 통해 쉽게 확보한 후 이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지원 하에 이루어진 연구성과를 사장시키고, 자사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12)

그러나 대학이 상업화를 시도하지 않거나 지연하는 경우 연방정부가 직접 또는 다른 기업을 통하여 대학으로부터 강제실시권을 취득하여 발명을 실시하도록 해 연구성과가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는 규정이 있는데, 특히 국방에 관련되거나 공중보건이나 안전 또는 기타 공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비록 연방정부의 지원 하에 연구가 수행되었더라도 대학이 특허권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러한 강제실시권(march-in-right)은 미국에서 1964년 이래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었고 거의 잊혀지다시피 하고 있다.

5. 결론에 부쳐

국내 국·공립대의 연구성과가 사장되고 있는 현실은 그 자체로만 보면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식의 Bayh-Dole법의 도입은 상업화될 가치가 있는 연구성과들만 활용이 될 뿐, 공익적 가치가 있는 연구결과는 사장되고 말 것이 뻔하다. 대학연구성과의 자유롭고도 공익적인 활용이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면 현재와 같은 중앙집중식의 폐쇄적인 관리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대학 연구소, 기업 등이 중심이 되는 '지역 science shop'의 형태가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해 지역사회의 공익적 요구에 부합하는 연구의제의 선정에서부터 연구 성과의 평가 및 관리, 공익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기술이전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술이전 사무소의 경우 국내에는 법인의 형태로 도입될 것인데, 이의 운영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술이전법인은 국·공립대 교수들이 직무발명을 개인발명으로 등록하는 현실을 통제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 도입되려하는 기술이전법인에 대해 반대논리가 부족하고 사회운동진영의 대응능력이 미약한 현실에서 나름대로의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공공연구 기관이나 국·공립대학에 대한 연구지원 내용과 그 규모, 기술이전 실태에 대한 조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공공연구 성과의 관리를 위한 제도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 Eyal Press and Jennifer Washburn, The Kept University, Atlantic Monthly Vol. 285, No. 3 March 2000, 4. ; 국역 김병윤, 「닫혀진 대학」, <시민과학> 29호, 2001. 7.
:: 강신현,「진보적 대학체제 구상」,『진보교육연구소 겨울워크샵』, 2002.
:: 강양구,「공공연구기관, 국·공립대학 연구성과 이용과 특허」,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공익연구모임, 2001.
:: 김병윤,「대학과 특허 논의의 현재」,『청년과학기술자 겨울캠프』, 2002.
:: 김선정,「교수의 발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법적 과제」,『지적소유권법연구』제4집, 한국지적 소유권학회, 2000.
:: 김선정,「대학발명의 활성화와 산업화촉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과제」,『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재단·특허청, 2001.
:: 이성우,「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 보호의 문제점과 개선방향」,『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재단·특허청, 2001.
:: 정상조,「미국에서의 특허 및 기술이전 전담조직」,『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 재단·특허청, 2001.

주--------------------------

1) 이하 정상조,「미국에서의 특허 및 기술이전전담조직」, 『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재단·특허청, 2001. 참조.
2) 미국은 연방차원의 기술이전 기관인 국가기술이전센터(NTTC, National Technology Transfer Center)를 설립하여 모든 연방 연구기관의 보유기술에 대한 정보를 유통시키고 있으며, 또한 대학과 같은 비영리연구법인의 산업재산권 관리 및 기술이전과 관련된 전문가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인 대학기술관리인 협의회(AUTM, Association of University Technology Managers)가 산업재산권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경험 및 지식의 교류확산, 인력개발, 연방정부 기초연구 지원정책 건의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3) 대표적인 경우로 스탠포드 대학 특허관리지침을 들수 있는 데 스탠포드 대학의 특허관리지침(Patent Policy)은 특허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발명에 대한 보고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동시에 연구재원의 출처를 불문하고 대학의 직원에 의해서 또는 대학의 자원을 일정부분 이상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진 학내의 모든 발명에 대한 권리는 대학측에 양도되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 예외적으로 위스컨신 주립대학의 경우는 연방정부자금 이외의 자금으로 연구결과를 얻은 경우 그 발명을 위스컨신 주립대 TLO(WARF)에 양도할지 교직원 자신이 보유할지 여부를 발명한 교직원이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침은 미국에서는 몹시 드물다. 대부분의 대학은 연구자금의 원천을 불문하고 모든 발명을 대학의 소유라고 하기 때문이다.
5) 직무발명의 정의(특허법 제39조) :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성질상 국가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공무원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
6) '국가 R&D 성과 사장 심각' , 한나라당 신영국 의원 국정감사자료, 2001.
7) 강양구, 「공공연구기관, 국·공립대학 연구성과 이용과 특허」,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공익연구모임, 2001.
8) Eyal Press and Jennifer Washburn, The Kept University, Atlantic Monthly Vol. 285, No. 3 March 2000, pp. 39-54. ; 국역 김병윤, 「닫혀진 대학」, <시민과학> 29호, 2001. 7. 참조.
9) 강신현, 「진보적 대학체제 구상」,『진보교육연구소 겨울 워크샵』, 2002. 참조.
10) 이성우,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지식재산권 보호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재단·특허청, 2001. 참조.
11) 김선정,「교수의 발명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학의 역할과 법적 과제」,『지적소유권법연구』제4집, 한국지적소유권학회, 2000.
12) 이는 이른바 셀프로 사건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강제실시권(march-in-right) 규정이 삽입되었다. 김선정, 「대학발명의 활성화와 산업화 촉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과제」,『대학연구성과의 지적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과학재단·특허청, 200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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