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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교육정보화와 관료주의

2001.11.08 14:09

조옥준 조회 수:1438 추천:4

교육정보화와 관료주의

교육정보화와 관료주의

조옥준 | 서울 성동고등학교 교사

 

정부는 1995년부터 '교단 선진화'라는 구호 아래, 교육 정보화 정책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콩나물 교실과 파리 날리는 도서실- 다른 교육환경은 크게 나아진 바 없건만, 컴퓨터시설과 관련해서만큼은 한국은 분명 축복 받은(?) 나라가 되었다.
교육 정보화 정책은 두 가지 면에서 살필 수 있다. 하나는 하드웨어 중심의 물적 기반- 기업의 물건들을 팔아치우는 재고 처분장으로서 교육 공간을 시장화하려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정보화 정책입안- 학교 현장에 지시 일변도로 내리꽂히는 관료주의. 이 글은 후자를 주로 살핀다.

 

1. 교육정보화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시각

1-1 지식정보사회의 의미

현대 사회는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본축적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자본의 이동을 더욱 자유롭게 하였다. 1980년대 이후, 자본의 세계화 추세 속에 국가간 경쟁이 불붙으면서 노동생산성의 하락, 이윤율의 감소 등이 나타났다. 이에 대응하여 과학기술혁명에 따른 새로운 생산방식은 노동강도를 강화하거나, 보다 유연한(flexible) 생산과정을 가능하게 하고, 정보통신분야나 유전공학과 같은 첨단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첨단산업의 발전에 힘입은 세계화는 정보구조에 의해 전 세계가 '관계망으로 구축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고이윤이 보장되는 정보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세계화와 국제화의 도전에 직면하여 전 세계라는 공동시장에 내어놓을 만한 상품의 신속한 개발 능력이 모든 부문에 걸쳐 각 국가간에 총체적으로 전개되는 이른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열었다. 이로써 경쟁력 강화의 요구가 유례없이 강화되었으며, 그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서 제시된 것이 바로 정보화였던 것이다.(홍성태, 1999:6) 1990년대 이러한 정보화 물결은 1998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던 김대중 대통령 때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로 제시된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IMF 극복을 위한 국가개혁과 구조조정의 핵심수단으로 정보화가 채택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화 프로젝트와 정보화 전략회의가 열렸다. '정보화 전략회의'는 전두환 때의 기존보고 위주의 국가전산화확대보고회의와 김영삼의 정보화추진확대보고회의와 달리, 정보화 현장점검과 정보화인식 제고에 중점을 두고, 정보화 관련 각종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를 통한 정책 조정, 쟁점정리, 및 정보화촉진의 범국가적 정책합의 도출에 역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성격이 구분된다.(한세억, 2000:79)

이처럼 최고통치권자의 정보화에 대한 인식은 정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특히 현대 사회를 지식정보사회라고 특징 짓는 김대통령은 지식정보를 다루는 '교육' 분야를 강조한다. 이는 지식정보사회와 관련하여 교육개혁과 창의성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김동환·이상윤·조일홍, 1999:47)으로 미루어 보아서도 짐작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는 '정보화'와 '교육 정책'을 연계시키려는 데서도 드러난다.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에서 생각하는 정보화의 상에 따라 교육정보화정책의 성격도 규정될 것이다.  

 

1-2 교육정보화에 대한 기술결정론적 관점

김대중은 정보화가 될수록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무한경쟁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보산업을 일으켜야 하고, 정보산업의 확대는 결국 정보화를 가속화시킨다고 인식한다.(김동환·이상윤·조일홍, 1999:49) 정보화를  '경쟁력 향상'이나 '정보산업의 성장'과 관련짓는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지식정보시대의 개막을 선언하고,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1998년 2월 25일) 그의 포부는 교육분야에서는 '교육정보화' 정책으로 구체화되었다.

'경쟁력 향상주의'는 교육정보화 정책을 추진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첨단 정보 기기를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곧 교육의 질과 연결된다는 생각이다. <몇 조의 돈>을 컴퓨터 사는 데에 들이부으면서도 '정보의 보고'라 할 단위학교 도서관 예산은 불과 700만원 만 지원해온 사실을 서로 견주라. 이 돈은 586 컴퓨터 5-6대 값에 지나지 않은 액수이다.  도서 구입비 조차도 학교재정이 부족해지면면 제일 먼저 삭감 대상에 오른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일이다. <컴퓨터 보급이 곧 정보화>라는 갇힌 도식에 지지를 보낼 교사들은 없다.

두 번째는 첨단 기기 활용과 교육의 질의 상호관련성을 맹신하고 있으므로, 거리낌없이 일방적으로 현장 교사들에게 강요한다는 점이다. 교사들의 첨단 기기 활용률이 낮다는 것을 교사들이 배울 의지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한, 칠판과 분필 수업을 교육 활동의 후진성으로 간주하는 한, 기술결정론적인 시각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렵다.

 

2.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정보화 정책

2-1 국가주도의 교육정보화정책의 의미

김대중 정부는 정보화의 추진주체를 국가와 자본으로 잡아, 초기 정보화 계획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국의 정보화는 국가와 정보통신기업의 두 축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온 결과, 정보화가 국가와 자본의 시각에서 혹은 그들의 가치가 우선적으로 충족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왔다.  전지역을 정보통신 상품의 판매 및 실현 대상지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자본의 요구 때문인데, '정보화 사회'는 '정보를 등에 업은 자본의 사회'에 다름 아니다.(박영민, 1993:97) 국내 정보통신산업 추진 정책은 정보통신기술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미래를 설계하면서 산업·경제적 효율성이나 관리 및 통제의 효율성 추구에 두드러지게 쏠려 있다. 정보관련 정책의 결정과정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관심을 절차적으로 수렴하기보다는 독점자본의 이익에 따라 국가주도로 집행하고 그러한 정책을 사회 전 부문에 걸쳐 일방적으로 강제해 왔다.(이순옥, 1993:72)

우리 나라 국가 기간전산망 중의 하나인 교육전산망 추진도 정부주도에 의한 것이었는데, 이는 국내 정보산업을 위한 안정된 내수기반을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 각급 학교의 PC 보급에 따른 컴퓨터 의무화 교육은 국내 정보산업체를 위한 현실적 잠재적 수요기반을 확충하려는 산업·경제적 고려의 산물이었다.(이순옥, 1993:44-45)

다국적 자본의 국제기구인 OECD의 교육개혁 권고안을 받아 추진되는 정부 교육개혁은 요컨대 학교를 '지식·정보시장' 개념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라는 지식·정보 시장에서 소비자는 학생이며 공급자는 대기업이다. 대기업 전자기기 제품 및 하드웨어가 현재 학교에 깔리기 시작했고 머지 않아 대기업에서 만든 CD,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디스켓이 학교를 뒤덮게 될 것이다.(김진경, 1997:15) 이러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현재 학교는 한미르의 강제가입사건에서도 보여지듯이 기업의 커다란 시장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재고처분장으로서 톡톡히 구실하고 있다.   

컴퓨터의 도입배경이 교육적인 맥락을 밀치고 경제적인 맥락에서 들어오게 된 배경에는 컴퓨터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낙관론이 한쪽에, 교사들의 의견수렴과정을 뭉개버린 관료주의가 다른쪽에 깔려 있다.    

교사는 교육행위의 주체로서 자신이 가르치는 활동을 두고 늘 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나름의 해답을 모색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여지껏의 정보화 과정에서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지에 관한 기술적 과제만 남는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학생을 적절히 통제하여 수업의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과정에서 이미 학생과 교사의 소외를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강영혜, 1994:21) 이런 상황 속에서 정보통신기술의 학교의 도입은 교사의 역할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들고 그들의 전문성을 앗아간다.

 이주헌은 그의 논문에서 교육개혁으로 현장이 늘 변화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로 교사들의 저항을 들고 있다.  교사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은, 변화과정 중에서 (개발과 보급에 이어지는) 시행과정을 중요한 단계로 고려하지 않은 데에 그 원인이 있다. 교육실천자들의 저항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이주헌, 1997:2-3)   

2-2 교육정보화 추진과정

정보화 추진과정에서 교사들은 고스란히 소외되어 있었다. 교육정보화는 그 의미조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파생하는 교육적 문제들을  제대로 살필 겨를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교육부 관료들이 교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분명하다. 이들은 교사를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존재로 여길 뿐이이다. 그래서 그들은 교육의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컴퓨터를 도입해서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제만 굳세게 신봉하여 일방적인 교육정보화정책을 펼쳐 왔다.  

교육부는 교육 여건 개선의 효과를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S/W)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식정보화사회에 적합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자료 개발·보급에 나서겠다는 말이다. 토론식 수업 등 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개선, ICT를 활용한 쌍방향 교수-학습방법의 적용 확대, ICT 활용 수업의 비율을 2001년 10%에서 2005년 20%까지 높이고,  그림, 소리, 동영상, 모듈 등(129종 149책, 64,500건) 교육용 S/W 및 컨텐츠의 개발·보급 확대(국민공통기본 전 교과)하고, 교원 ICT 활용능력 개발을 위해 매년 전체교원의 33%씩 정보화 연수 및 ICT 동호회 2001년 200개 동호회에 8 억 원을 지원할 계획(4쪽)이 그것이다. 이 계획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활용교육을 활성화하겠다고 업무 보고를 하면서 내놓은 것이다. 교육부의 관료 행정을 살펴 본다.  

약 1개월 가량 전 교육부에서 각 시, 도교육청 ICT시범학교의 주무교사를 서울에 모아 놓고, 한 과목을 선택해 2개 학년의 교과서에 관련된 기존의 학습지도안과는 전혀 다른 컴퓨터 프리젼테이션을 활용 제작한 ICT 교수 학습 지도안을 각 학교의 교사들이 만들어 제출토록 했으나, 반발로 1개 학년으로 조정되었어요. 이 회의 후, 각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않고, 밀어 부치기 식으로 지도안 작성을 강요하고 있지요." (마산의 박재영 교사 2001.7.25 인터뷰)

이런 지도안을 왜 만드는 것이냐고 하자 앞으로 모든 교사들이 단위 수업시간에 이런 지도안을 작성,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7차 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하는데 당장 보급할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범학교 교사들이 총대를 메고 만들어 내어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을 듣고, 시범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지만 학교관리자들이 재촉하니 막막한 심정들이다.

이것은 몇몇 교사가 ICT 수업 지도안을 만들어서 보급하면 ICT 활용수업이 된다는 관료들의 발상이 우리 교육현장을 얼마나 왜곡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매체로서 활용하면 되는데, ICT를 교육부에서 만들어서 학교에다 뿌리면 정보화 되는 것인지. 수업의 일정한 장면에서 사용하면 되는데"하며 당혹해 한다. 정보화 실적 쌓기를 위한 전시행정에 교사들이 또 부려 쓰이는 것이다.

몇 개월 전 교원대와 교육학술정보원이 공동 주최하여, ICT교수학습지도안 공모대회를 했다. 제출기한은 8월경까지이며, 당선팀에게는 500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된다고 하는데. 이런, 대회가 있으면서 왜 일선학교에 지도안 제출을 강요하는가에 대한 항의가 있자, 교육부 담당 연구사(정보화기획담당관실)는 이 대회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어린애가 들어도 웃지 못할 대답을 했다. 더욱이, 이참에 그런 대회가 있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일선학교에 강요한 지도안 작성은 중지하면 안 되느냐 하니,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교육부가 시키면 모든 것이 다 된다고 믿는 것 같다.

2-3 왜곡된 교육정보화 사례와 의미

교육부는 교사에게 업무부담을 안겨주는 학교생활기록부 전산화, 학교종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올해 안으로 모든 초·중·고 학사업무 전산화를 완료할 계획(연합뉴스, 2001.4.20)이라고 발표했다. 학교 현장에다가 일률적으로 정보화 기기를 도입한 것을 "세계 최대의 정보화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며, 그 도입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으로 가능하다는 기술중심적인 사고는 학교생활기록부나 학교전산시스템의 도입 문제를 단순히 전산화차원으로 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 현직교사(이용훈, 2000)가 해부한다.

"왜곡된 교육정보화의 대표적 사례인 생활기록부 전산화 사업은 학생 개개인의 모든 생활을 담임이 면밀하게 관찰하여 학생의 개성과 특성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담임의 인간적이고 교육적인 활동이지  단순 반복적 작업이 아니라는 점, 열 사람의 담임이 하던 일을 전산화 한 후에도 똑 같이 열 사람의 담임이 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한 점……생활기록부는 담임이 한 번 작성해놓으면 어느 누구라도 쉽게 추가하거나,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가 없는 것이어야 하나 전산화·디지털화 되어 있는 경우 비밀번호만 알면 누구나 쉽게 추가, 수정, 삭제가 가능한 점……생활기록부를 기록한 매체는 오래도록 보존할 수는 있지만 그 매체에 기록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장치는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 점. 지금 5.25인치 디스켓에 저장된 내용을 읽고 싶어도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5.25인치에 기록된 내용을 볼 수 없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 전산화의 대상이 되는 업무는 가능한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항을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러한 예외적인 사항을 모두 만족시켜주기 위하여 생활기록부 프로그램이 수없이 변경되어 온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현재 생활기록부 전산화로 인하여 일선학교에서는 많은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교육정보화에 대하여 오히려 불신과 회의를 느끼고 있으며, 생활기록부 출력물로 인한 종이 낭비 또한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이다.

또 다른 왜곡된 정보화의 사례는 교단선진화 기기 사업이다. 전국의 모든 교실에 일률적으로 프로젝션 TV를 도입하게 한 것은 국가적인 자원 낭비와 손실이다. 교실에 따라서 프로젝션 TV가 유용하게 쓰는 곳도 많지만 쓰지 않고 방치하거나 오히려 교실의 장애물이 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일률적으로 전국의 모든 교실에 적용하겠다는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이다. ……프로젝션 TV는 비디오 시청에는 유리하지만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글자가 들어있는 영상을 확대해서 보기에는 글자가 작아서 학생들의 시력을 해칠 염려가 많다. 프로젝션 TV를 일률적으로 교육청에서 구입해주거나 설치하도록 강요해서는 안되고 일정한 정보화 예산을 학교에 지급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학교의 실정에 맞도록 하는 것이 낭비와 손실을 줄이는 일이다."

 그는 기계가 교사의 업무를 대치하지 못한다는 한계성과 교단선진화의 일률적인 정책 때문에 빚어지는 예산 낭비를 꼬집는다. <국가의 교육통제권의 강화> 문제를 덧붙이자. 교육정보부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학교 정보시스템을 교육부가 관장한 뒤로, 학교종합관리 시스템을 컴퓨터라이징화함으로써 모든 것을 컴퓨터로 하지 않으면 안되게 해 놓고서 이것을 관리하느라 오히려 신경을 더 쓴다. 전산실에 있는 선생님들은 교육부 종합관리시스템의 새 버전이 곧 온다며, 일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교육부에서 1.5upgrade 시키면 호환이 될른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다. …… 교육부의 키보드 하나면 모든 학교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학교를 몰아가는 것은 거부할래야 거부할 수 없는 상태라고 표현한다. 교육부에 의한 개별학교의 모든 정보의 장악은 국가의 교육통제권을 강화시킨다.

부도덕한 국가가 학생 개인 정보를 멋대로 유출하지 말라는 법 있는가? 정보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는 "정보의 효율이나 상업적 가치가 높은 곳"에서만 문제가 된다는 식의 발상이나, "암호장치나 비밀번호"를 통해 개인정보의 유출을 완벽하게 막을 수있다는 등 기술 지향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보화시대의 정보는 권력의 원천이 된다. "개인의 자기정보에 대한 통제권"이야 말로 정보사회 구성 주체들의 자유와 독립성, 그리고 주체성을 보장하는 핵심조건이다.(권기헌, 1999:171) 교사들은 교육부의 키보드 하나로 모든 학교를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  개인 정보의 보호를 위하여, 기술관료주의의 타파를 위하여 지금의 교육정보화 방향을 되짚는 문제제기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3. 나오며

지식정보사회 낙관론에 사로잡힌 김대중 정부는 학교 현장에 무분별하게 컴퓨터를 들여놓았다. 현장 교사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내리닫이로 펼친  하드웨어 보급 정책에 교사들이 순순히 따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에 아랑곳없이 그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변함없이 강제성을 띠고 하달되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전산화 도입이나 교단선진기자재 도입이 그것이다. 최근의 ICT활용교육을 적극 장려하는 과정에서도 교육적인 차원의 문제는 배려되지 않고 기술적 차원의 생색내기 방식에 따를 뿐이다. 교육주체들이 자기 판단에 따라 '정보화 도입'을 취사 선택해온 프랑스와는 너무나 사정이 다르다.

교육정보화가 나름의 뜻을 얻으려면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그 윤곽을 정해야 한다. "교육의 도구를 쓸지, 안 쓸지는 교사들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라!" 저들의 맹목을 뒤로 물리고, 우리의 '상식'을 들여놓지 않는 한, 컴퓨터는 유토피아 아닌 디스토피아의 첨병으로밖에 구실하지 못할 것이다.

 

참고문헌

강영혜(1994), 공교육의 이념지향과 관료주의의 문제, [교육철학], 제 12권 2호

권기헌(1999), 한국의 정보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한국행정연구], 제8권 제3호, 한국행정연구원

김동환·이상윤·조일홍(1999), 지식정보사회에 관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지도,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9권 제2호,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김진경(1997), 근대교육의 위기와 교사운동, [교사를 위한 교육정책 세미나], 한국교육연구소

박영민(1993), 정보통신정책의 사회·공간적 효과에 대한 비판적 분석,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순옥(1993), 정보통신산업과 현대국가-한국 정보통신산업 정책과 관련하여-, 부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이용훈(2000), 교육학술정보화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3차 포럼 자료집, 한국교육학술정보원8층 회의실

이주헌(1997), 교육개혁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한국 교육현장의 변화과정에 대한 평가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한세억(2000), 정보화의 전개과정과 변인 분석, [한국행정학보], 제34권 제3호 가을호

홍성태(1999), 정보화경쟁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교육인적자원부(2001), [지식정보화 사회에 부응한 교육 여건 개선 추진 계획]  대통령 업무보고자료, 7월 20일

연합뉴스, 2001년 4월 20일

김대중대통령 1998년 2월 25일 취임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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