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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원 실태조사 및 운영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읽고

-전국의 ‘고하늘(드라마 「블랙독」 여주인공인 기간제 교사)’을 응원하며-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1. 어쩌다 학교가 비정규직 교원으로 넘쳐나는 걸까?

 

최근 신용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에 근무한다고 했더니, 직원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를 물었다. 작년까지도 신용카드를 만들 때 이러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학교에서 근무하는 전체 교원 중 계약직 교원이 많다는 것을 이제 카드회사도 의식이 되나보다.

비정규직 교원은 얼마나 많은 것일까? 현행 법령상 비정규직 교원은 기간제교원, 강사,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로 구분되고 있다. 이중 2019년 비정규교원은 60,823명(이중 기간제교원은 54,539명)이며, 이는 전체 교원(496,504명)의 12%에 해당한다. 급별로 살펴보면 중등의 비정규직 교원 비율은 전체 중등 교원(244,133명)의 17.8%이다.

 

<표1> 중등 비정규직 교원 비율

 

전체교원

기간제교원

강사

중학교

109,906명

16,889명

2,874명

고등학교

134,227명

22,058명

1,754명

합계

244,133명(100%)

38,947명(15.9%)

4,628명(1.8%)

(2019 교육통계 편집)

 

국·공립과 사립 등 학교의 설립 유형에 따라 기간제교원 비율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장인성외(2017)에 의하면 국·공립학교는 학급당 학생수 감소 및 새로운 교육과정 시행 등 정책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교원 정원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보충하기 위해 주로 기간제교원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경우는 정규교원을 정원이 미치지 못한 상태로 채용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간제교원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기간제교원을 비롯한 비정규직 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급별의 12%, 중등의 17.8%에 육박하며, 비정규교원의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정규직 교사와 비정규직 교사들 간의 갈등, 불안정적인 교육활동의 제공, 비정규직 교원에 대한 차별 등의 여러 문제를 낳았다.

 

 

 

2. 1만 4천여 명의 설문조사 분석 내용을 들여다보며

 

2018년 교육부에서 동국대 교원정책중점연구소에 <기간제교원의 실태 및 운영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의뢰했고, 동국대 교원정책중점연구소에서는 기간제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기간제교사특위에서는 기간제교사들이 좀 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고자 여러 온라인 카페를 통해 설문에 응하도록 독려했으며, 그 결과 기간제교원 14,592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설문에 응한 전체 14,592명의 응답자 중 여성이 10,728명으로 70.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700명으로 29.5%, 30대가 6,017명으로 41.2%, 40대가 3,664명으로 25.1%로 30대가 가장 많고, 20대와 40대가 그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전체 기간제교사 모집단의 비율과도 유사하다. 실제로 기간제교사의 연령은 30대 후반과 40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기간제교사들이 임용고시를 다시 준비해서 정규교사가 된다는 것이 그들의 삶의 조건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기간제교사로 사는 것이 힘들고 당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드물게 비혼인 기간제교사가 임용에 응시하기도 하지만, 합격한 사례가 많지 않다. 이는 기간제교사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현 임용시험은 복사기처럼 암기를 잘하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며, 살인적인 경쟁률의 고부담 시험이기 때문이다.

현재 재직 중인 학교에서의 계약 유형에 대해 학년 단위 계약은 9,937명(68.1%), 학기 단위 계약 3,299명(22.6%), 월 단위 계약 1,224명(8.4%), 1개원 미만의 한시적 계약 132명(0.9%)로 학년단위 계약이 가장 높은 비율일 뿐만 아니라, 학년 단위 계약 전체 인원 중 사립학교에 재직 중인 응답자들은 90% 이상이 학년 단위 계약을 하고 있지만, 국·공립학교에 재직 중인 응답자들은 60.2%만이 학년 단위 계약을 하고 있었다. 급별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앞서 사립학교는 주로 정규 교사를 뽑아야 할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이고, 국·공립은 휴직 대체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간제교사 특위에서 2018년 통계를 분석했을 때, 중등의 경우 90% 이상이 휴직·대체 자리에 기간제교사가 채용되고 있었다.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은 교직 사회에서 출산 및 육아 휴직으로 교사 노동력의 여유가 필요한데, 이를 비정규직 교원으로 채우는 것은 비정규직 교원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아니며, 학교 현장에도 좋은 교육 활동을 펼쳐내기 어렵다. 교육부는 애초에 출산·육아 휴직 등의 교원들의 휴직을 확산하려는 계획이었다면, 휴직 대체 자리를 염두하고 정규 교원을 더 뽑았어야 될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일하고 있는 비정규 교원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정규 교원보다 열정이나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험을 보지 않고 현장에 왔으니, 진짜 ‘교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얼만 전부터 tvn에서 기간제교사의 고군분투를 그린 ‘블랙독’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 드라마 제작팀이 기간제교사특위에 여러 자문을 요청했던 드라마이기도 했고, 기간제교사가 실제로 어떻게 사는지 대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드라마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시청하고 있다. 드라마 첫 장면은 ‘세월호 참사’에서 순직했던 김초원 교사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간제교사가 학생들과의 수학여행 중 학생을 구하다 순직한다. 이때 사망한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되지 않았고, 이 문제로 학교측과 유족들은 갈등을 겪는다. 유족인 사망한 기간제교사 어머니는 기간제교사는 교사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항변한다. 학교에서 진짜 교사가 있고, 가짜 교사가 있냐고...

 

 

기간제교사는 가짜 교사인가? 동국대에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조사한 설문내용에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이 직업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서라고 응답한 기간제 교원은 9,278명으로 63.6%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도 의미있는 차이가 있는데, 30대와 40대의 경우는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 기간제 교원을 선택했다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20대에서는 교육경력이 필요해서, 50대에서는 경제적인 목적 때문이라는 대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재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본인도 다른 무엇보다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어서 기간제 교사를 선택했다. 본인이 임용시험을 보는 당시 전례 없이 교사 선발인원이 줄었으며, 어느 해에는 본인의 과목을 단 한명의 교사도 뽑지 않았던 해가 있었다. 그래도 비록 기간제 교원이라는 신분이지만, 본인이 한 번도 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교사이기 때문에 교육활동의 연속성을 보장받고자 기간제 교사 고용안정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연령별로 입장이 다른 것은 20대는 진짜 교사는 임용시험을 통해 합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다른 연령대보다 강하며, 30대와 40대는 이미 교사로서의 삶을 살고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설문조사도 있었는데, 근무경력 4년을 기점으로 근무경력이 길어질수록 임용시험 준비자의 비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이상이 지나고 계속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게 될 경우 본인이 교사로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짐을 보여준다. 기간제 교사 스스로는 진짜 교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어떠한가? 기간제 교사는 임용시험을 통과하지 않는 교사이므로 진짜 교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정규 교사의 휴직이 필요하면, 이러한 자리는 기간제 교사로 채워지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간제 교사가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능력은 임용시험 통과자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에 가로막혀 아무 것도 평가받지 못한다.

능력에 따른 보상도 차이가 너무 크게 나면 문제가 있지만, 그나마 능력이 있어도 평가받지 못한 기간제 교사는 교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능력은 하나도 아니고 전부도 아니다. 그런데 교사의 능력은 임용시험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동안 제도의 미비로 이미 현장에서 오랫동안 교사로 살던 사람들에게 진짜 ‘교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직업을 빼앗아 버릴 자격이 과연 누구에게 주어질 수 있단 말인지 반문하고 싶다. 기간제 교사들에겐 현직으로 입직하는 과정이 그들의 능력이요, 학교를 여러 군데 옮겨서라도 계속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과정이 그들의 열정인 것이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능력과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 기간제 교사도 진짜 ‘교사’인 것이다.

 

 

3. 5만 기간제교사가 바라는 점

이 연구 보고서는 기간제 교원으로서의 성공적 직무수행을 위해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고용의 안정성(1위)’이며 그 다음으로는 처우와 복지(2위), 합리적인 업무 분장 및 업무의 적정성(3위),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및 자존감 제고(4위)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기간제 교원은 전체 기간제 교원의 30%에 해당하므로 충분히 모집단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설문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이미 예측된 답변이다. 5만 기간제교사가 가장 바라는 일은 기간제교사가 계속 교사로 살아가는 일이다. 그래야 온전한 직무수행이 가능하다. 평등을 지향하는 전교조의 조합원들이 심심치 않게 기간제교사의 차별시정은 찬성하지만, 고용안정을 반대하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접한다. 그러나 기간제교사의 차별시정은 단순히 몇 가지 처우와 복지개선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기간제교사의 문제는 구조적으로 정규 교사의 복지확대와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왜곡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이다. 정규 교사가 기간제 교사와 진정으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기간제교사의 차별이 어디에서 기인된 것인지 알아야 한다. 기간제 교원을 고용안정 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예비 교사의 기간제 교원으로의 입직을 걱정하여 반대하는 것은 ‘교원 양성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없는 것이다. ‘교원 양성 시스템’을 바꿔야 하며, ‘예비 교원의 과잉 양성 체제’를 바꿔야 한다.

구조를 바꾸기 전이라도 우선적으로 현재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기간제 교원의 고용 안정은 온전한 직무 수행과도 연결 되는 것이며, 교사로서의 자아 존중감과도 관련이 있다.

우선적인 과제는 고용 안정이지만, 이외에 동료교사와의 관계나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또한 학부모 및 학생과의 관계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러한 과제는 전교조 운동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고용 안정이라는 과제를 제외하고 다른 어려움은 한국의 교사가 겪는 보편적 어려움이기 때문에 그렇다.

 

 

4.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의 교육권과 생존권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할 때

 

그동안 정부기관에서 한국 노동 연구소, 동국대 교원 정책 연구소 등에 기간제 교원 실태 조사 및 운영 개선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였다. 교사는 교육 노동자이므로 노동 연구소와 교원 정책 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준 것은 타당한 일이다. 이제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간제 교원의 교육권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우선 기간제 교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간제 교원을 교육청에서 채용한다면 단절적 계약으로 인한 퇴직금, 호봉 상승, 연가 등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기간제교원에 대한 임용권은 교육부 장관이 가지며, 교육공무원법 제33조 1항 및 교육공무원임용령 제3조 제5항에 따라 교육감에게 위임한다. 그리고 교육감 행정권한 위임에 관한 규칙으로 학교장에게 기간제교원의 임용을 재위임하고 있다. 행정규칙 개정에 관한 사항은 법률 개정 사안이 아니다. 교육감의 정책적 결정으로 교육감이 기간제 교사를 직접 채용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 교육감 직고용은 기간제 교사 임용에서의 잡음, 학교장의 불합리한 대우나 차별, 대가 제공 등에 대해 기간제 교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에도 정규 교사는 재단에서 채용한다 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는 교육청에서 채용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립학교에서 4년 이상 근무했다면(현재 법령으로 4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다시 신규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 교사로 채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립학교에서 교사 임용권은 재단이 가지고 있지만, 상당 부분 사립학교 운영비가 교육청에서 담당한다면 교사 임용에 대해서도 교육청이 권리를 행사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예비 교사 양성을 교직 진출의 예상 수급에 맞춰 현실화하여 교사 자격증을 가진 예비 교사들이 고부담 경쟁 없이 현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8년 사범대학 입학정원은 9,651명, 비사범계 입학정원은 18,853명(일반교직과정 5,662명, 교육대학원 13,191명)이며, 2017년 중등교원모집인원은 4066명이었다. 이는 교사 자격증을 가진 상위 약 10%만이 교직 진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정규직 교원뿐만 아니라 기간제 교원 자리를 두고도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 교직의 유연화를 가속화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비정규 교원을 줄여나가기 어렵다.

세 번째는 임용시험 제도를 개선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경험과 실력이 인정된 기간제 교원들을 정규 교원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기간제 교원이 교육감 직고용으로 채용된다고 해서 당장에 정규 교원과 똑같은 공무원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공무원이 아니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교육감 직고용으로 채용된 기간제 교원들 중 정규 교원처럼 공무원 신분을 원하는 사람은 임용 시험의 다양화를 통해 ‘경력 가산점’을 도입한다거나 필기 중심이 아닌, 수업 시연 및 직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여 공무원 신분인 정규교원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5. 「블랙독」 ‘고하늘’을 응원하며...

 

드라마 「블랙독」 작가는 기간제 교사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간제 교사의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본인은 항상 주변에 훌륭한 조합원 선생님들이 계셔서 「블랙독」의 ‘고하늘’처럼 힘들게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블랙독」을 보면 기간제 교사의 「미생」 버전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교사의 정체성을 갖고 5년, 10년, 20년을 살았는데도 여전히 ‘기간제 교사’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사의 신념과 열정은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

전국의 ‘고하늘’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잘못해서 ‘기간제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고... 우린 단지 교사로 삶을 이어가고 싶었을 뿐이라고...

앞으로도 진정한 교사로의 삶을 이어가려면, 기간제 교사들이 단결하고 전교조와 연대하여 학교 내 비정규직을 없애는 방법 밖에 없다고 전국의 ‘고하늘’에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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