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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7호 (2018.01.04. 발간) 


[기획

1. 초등 수학교육의 발달적 재구성을 위한 시론

  

붉은 돼지(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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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2012110, 교육부(장관 이주호)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 앞머리에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수학’,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 ‘더불어 함께하는 수학의 구현이라는 모토가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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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안을 수립한 배경을 보면,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허브학문으로서의 수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과 한국 수학교육의 문제가 심각함을 꼽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한국 수학교육의 가장 근원적 문제는 입시에 치우친 교수학습이며 이러한 왜곡된 교수학습으로 인해 첫째, 창의적 인재 육성에 한계가 따르며 둘째, ‘공식을 익혀 문제를 푸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체험, 탐구, 실생활 연계 등 다채로운 수학교육을 위한 공교육 차원의 투자는 미흡한 채 60년간 수학교육은 변함이 없었으며 이와 같은 투자 미흡은 사교육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셋째, 국제학력평가에서 보여주는 한국 학생들의 높은 학업 성취도는 허울일 뿐 수학공부에 대한 학습 동기는 낮기만 하다.

 

   ‘방안이 수립되어 시행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수학교육이 선진화되고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과목의 자리를 영어를 누르고 수학이 차지했으며 방안에서 분명히 학습량을 2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러한 방안이 학교현장의 수학교육혁신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부는 201611월 수학과 과학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관한 보도자료 말미에 다음과 같이 논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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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성취도는 관련 변인이 방대하기 때문에 오롯이 학교교육으로 환원시킬 수 없다. 때문에 방안이 성취도와 흥미도에 미친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단순화해서 이야기하기는 곤란하지만 방안으로 인해 발생한 두 가지 부정적 여파는 분명해보인다. 첫째, 스토리텔링 도입으로 혼란이 가중되었다. 선진화 방안에서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스토리텔링을 수학에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스토리텔링을 방안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쉽고 재미있게라는 선의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되어버려 난감하다면 그것은 한국의 수학교육이 처한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무지함과 순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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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으로 한바탕 난리였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불안하고 분주해졌다. 수학교사들조차 스토리텔링이 도대체 뭐야? 어떻게 하는 거야?” 이러고 있었는데 학부모들 입장에서 당연하다. 수학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각인된 나라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교육계는 발 빠르게 스토리텔링상품화에 나섰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또다시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토리텔링수학지도사자격증까지 생겼다. 학교에 따라서는 방과후 과정으로 스토리텔링수학을 개설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주부라면 도전해 볼 만한”, “여성재취업”, “전망 좋은 일자리라는 자격즉 취득 홍보문구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코딩교육을 교육과정에 도입한다는 방침도 비슷한 현상을 빚고 있다. 스토리텔링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로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이라고 밝혔지만 앞서 지적한대로 취지와 상관없이 새롭게 적응해야 할 난관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부정책으로 인해 도리어 사교육 영역이 증가했다. 뒤에 따로 살펴보겠지만, 스토리텔링형 교과서라는 초등 수학교과서를 살펴봤지만 쉽고 재미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과연 이것이 스토리텔링형인지도 의심스럽다.

   둘째, 잡무가 늘었다. 방안에서 교과부와 시도 교육청이 공동으로 수학 교육과정 운영 실태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2)”울 하겠다고 천명하는 바람에 정부가 바뀐 지금에도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으며 중간과 기말 지필고사 후에는 고사원안을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취지는 선행학습을 방지한다는 것인데 선행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과 일부 입시형 고교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입시 -> 수학교육 난장판 -> 입시 놔두고 이상한 방안A 도입 -> 기존 문제에 A로 인한 추가적 문제 발생 -> 입시 놔두고 이상한 방안B 도입 -> 또 문제 발생...)은 무한루프처럼 되풀이되어 왔다. 그들도 자인하듯 문제의 근원은 대입경쟁에 있다. 따라서 이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어떠한 방안도 또다시 무한루프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제는 입시경쟁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초등학생들마저도 수포자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요즘 수학 때문에 골머리가 아픕니다. 아이가 수학에 흥미를 잃어 포기할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보기에 수학 난이도가 많이 올라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 때문인지 과거 고등학교에나 나오던 수포자가 이제 초등학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과학창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8.1%가 수학 공부를 포기했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의 36.5%가 수포자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교육전문가들은 수학을 입문하는 아이들도 수학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스토리텔링 수학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 하지만 이 스토리텔링이 수학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한글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거나 문장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수학 문제의 문장 자체를 아예 해독하지도 못합니다. 이에 연산 능력도 당연하게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간투데이, 2017. 9.25)

 

   그동안 수학교육 문제는 주로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어떤 고등학생이 수포자가 되었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수학포기선언에 의해서가 아닐 것이다. 누적된 과정이 분명히 있을 터이다. 따라서 다량의 수포자 고교생의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수학교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시경쟁이 심해지고 전형이 복잡해지면서 수학 선행학습의 시기가 갈수록 아래 연령으로 내려가고 있는 추세이고, 수학을 포기하는 시기 또한 덩달아 앞당겨지는 추세이다.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있음에도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초등이 교육과정의 변화에 더 민감하다. 역설적으로 중고등학교는 입시의 직접적 영향권이라는 점과 문제풀이 위주의 일제식 지필고사 중심의 평가방식, 교과별 교사제라는 특성 때문에 (영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스토리텔링, 융합 등의 요소가 들어온다고 해서 그것이 당장 수업내용과 방법을 좌우하게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부진아와 우등생이 어느 정도 구분되어 버린 상태이고 부모로부터의 독립성이 더 높은 연령이기 때문에 곧장 광범위한 사교육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초등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시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교육과정의 실제 운영에서 자율성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들어오면 그 영향이 오히려 더 직접적이고 광범위할 가능성이 있다.

 


2. 초등 수학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특징

 

   초등단계에서부터 수학이 사교육고통을 가중시키고 학습포기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에 대해 이미 여러 사람들의 내놓은 공통된 제안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학습량을 감축하고 난이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음으로 사고력 향상이라는 수학교육의 본질에 맞게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교수-학습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오래 전부터 제기된 것이면서 다른 교과에도 여지없이 적용해야 할 주장이다. 하지만 유독 수학이 그 중점적 대상이 되고 있는 까닭은 수학이 인생을 좌우하는 입시 과목일 뿐 아니라 사교육비, 선행학습의 주범이고 타협의 여지없이 알고 모르는 것이 분명히 갈리고 잘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분명한 과목이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학교육의 문제 또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할 테지만 범위를 한정시켜서 직접적으로 교실 수업에 영향을 미치는 교과서를 중심적 대상으로 할 것이다. 입시라는 요소 외에 교실 수업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어 온 것은 양과 난이도의 문제이다. 특히 초등학교 수학은 입시와 상대적으로 멀기 때문에 교과서에 의한 결정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1) 양과 난이도

   양과 난이도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다. 과거보다 감축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버겁다는 소리가 들리고 초등학교의 경우 부모가 교과서를 보고 놀라는 경우도 많다.

단적으로 학습주제의 개수가 매우 많다. 핀란드의 2배 가량이다. 게다가 단원도 여러 개로 쪼개져 있어서 소화하기에 쉽지가 않다. 단원수가 많을수록 양은 늘어나게 되고 다루어야 할 문제의 개수도 증가한다.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를 보자. 생각열기, 활동, 마무리 꼭지 외에 공부를 잘했는지 알아봅시다, 문제해결, 놀이마당, 체험마당, 이야기마당이 매 단원마다 이어진다. 따라서 단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양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과서 외에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익힘책까지 있어서 그 양이 실로 만만치 않다.

 

<> 교과서 단원구성체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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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정순(2011), 한국과 핀란드 수학교과서 기하영역 비교, 한국교원대석사학위논문

 

 

   단원 구성 체제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한국의 교과서는 교재로서의 성격보다는 학습재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학습재로서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정하다보니 굉장히 많은 과정과 과제들이 제시된다. (물론 수업 시간에 모두 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교과서 머리에 구성을 소개하면서 밝히고는 있다.) 문제집을 방불케한다.

 

한국의 교과서는 학습의 효율화를 증대시키기 위한 동기유발을 위한 읽을 자료 제시, 전시학습내용 확인, 개념이나 원리 도입을 위한 탐구활동(실험, 관찰)제시, 논리적 표현력 향상을 위한 수학 글쓰기, 실생활 적용 문제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핀란드 교과서의 경우 학습주제를 도입하기 위한 탐구활동이나 동기유발 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직접적으로 학습내용(개념, 원리, 규칙)을 도입하고, 뒤이어 학습내용을 익히기 위한 문제들을 간단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두 나라의 교과서 모두 교과교육과정에 제시된 교육내용을 상세화시켜 제시하는 교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한국 교과서의 경우 교육과정의 내용을 교육목표에 맞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학습재로서의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핀란드 교과서의 경우 학습의 효율화를 위한 부분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한국과 다르게 교재로서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장정순, 앞의 글)

 

   이는 구성주의의 영향으로 학습자 중심, 자기주도적 학습이 강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위한 교재는 선행이라든가 이미 아는 것 혹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곤란하다. 교사와의 체계적 협력을 통해 일정한 안내와 도움을 통해 모방을 주요한 기제로 하여 체화할 수 있음을 전제로 구성해야 옳다. 이런 면에서 핀란드는 독립적인 스스로 학습이 아닌 효율적인 교수-학습에 방점을 두고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구성은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것을 겨냥했을지 몰라도 막상 내용과 문제의 난이도를 보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핀란드와 비교해서 한국 수학교과서 양이 어느 정도 많은 지는 다음 두 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배우는 시기도 같은 주제를 이른 연령에 다루는 경우가 제법 된다. 초중학교 과정에서 삼각형의 학습주제는 한국은 18, 핀란드는 11, 사각형의 학습주제는 13, 6개로 합해서 한국은 삼각형과 사각형의 학습주제가 총 31, 핀란드는 17개이다. 한국이 핀란드보다 두 배가량의 학습주제를 학교 수업에서 다루는 셈이다.

 

<> 삼각형의 학습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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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정순, 앞의 글

 

 

<> 사각형의 학습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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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정순, 앞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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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의 감축은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이고 2015개정 교육과정 역시 20%감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위에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줄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양과 난이도는 학습주제의 양 뿐만 아니라 교과서의 구성 방식과 내용제시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2) 반복형 조직 방식 & 귀납계열의 발견형 내용 제시 방식

  우리나라의 학년 간 교육과정의 구조에 있어서 한국의 수학 교육과정은 반복형이라고 볼 수 있다. 1~1까지의 교과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전 내용영역을 매 학년에 걸쳐서 다루되 점차 내용을 심화시켜 나가는 교육내용 조직방식을 취한다. 이를 테면 수와 연산이 매 학년마다 다루어지되 수의 영역이 확장되는 방식이다. 반면 핀란드의 1~9학년 교과서는 학습내용을 1~2학년, 3~5학년, 6~9학년을 묶어서 제시함으로서 영역을 여러 학년에 걸쳐서 나누어 다루는 구성 방식을 취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 매 학년 많은 단원(학습주제)을 다루어야 한다. 대신 학년 간 연계성은 높을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내용분할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년별로 적은 단원과 주제를 다루나 내용영역이 몇 학년(또는 학기)동안 다루어 지지 않고 영역에 대한 반복학습이 극히 제한되어 학습주제를 중복하여 다루는 경우가 많다.

   두 조직방식을 비교했을 때 장단점은 각각 있겠지만 양과 난이도에 있어서 한국의 수학 교육과정이 학습자와 교수자 양측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본문 내용 제시 방식에서는 아래 표의 분류를 따를 때 대체로 한국의 수학교과서는 귀납계열의 발견형구성 방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활동을 통해 학습자가 수업에서 다룰 핵심내용요소를 발견하게 한 후 교사의 질문을 통해 이를 직관적으로 정의하게 하고 있다. 핀란드는 설명기본문제 풀이응용 또는 심화문제 풀이 등의 순서를 따르는 전형적인 연역계열의 설명형 방식을 취한다. 물론 양 국가 교과서 모두 두 가지 방식이 학습주제에 따라 설명형의 방식과 발견식이 혼용되기는 한다.

 

계열

제시 방식

설명식

발견식

귀납적 계열

귀납계열의 설명형

귀납계열의 발견형

연역적 계열

연역계열의 설명형

연역계열의 발견형

 

귀납계열의 설명형: 보기를 먼저 제시하고 원리를 나중에 제시

귀납계열의 발견형: 자료를 귀납적으로 계열화하되, 학생에게 답을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원리는 제시하지 않음)

연역계열의 설명형: 원리를 제시하면서 원리의 사례로서 보기를 들어 설명

연역계열의 발견형: 원리를 먼저 제시한 뒤에 거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찾아내도록 하는 것

 

   그런데 한국 수학교과서가 귀납형의 발견식 방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교수-학습에 대한 관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학습자 중심의 구성주의 사조를 따른 탓이다. 설명형, 연역식은 교사 중심의 일방적인 주입식이라는 낡은 방법으로 취급받아서 교과서의 내용 제시 방식에서도 구시대의 방식으로 기피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수학교과서는 전 학년에 걸쳐 단원의 처음 시작에 설명은 없고 다짜고자 문제부터 등장을 한다. 이후도 계속 문제의 연속이다. 개념에 대한 설명이나 용어에 대한 뜻 제시가 없다.

   이 외에 수학교과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의 경우, 한국은 일부 문제에서 문제풀이 후 점검 및 반성의 과정을 요구하는 질문이 활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핀란드의 경우 이런 과정을 요구하는 질문은 활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과서가 취하는 이런 방식은 어린이와 교사 모두 상당히 곤혹스럽게 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사고기능의 고차화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개념의 습득에 있어서 상당한 난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 비고츠키에 따르면 개념은 귀납적인 방식으로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제 막 수학을 배우는 초등학생 어린이에게 덧셈의 규칙을 발견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식인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

   귀납이냐 연역이냐 발견이냐 설명이냐에서 둘은 항상 서로를 전제로 하면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지만 그 출발점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영역에 돌입하는 학습자에게 무작정 발견, 창의를 기대하는 것은 학습효과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굉장한 부담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구분은 모두 형식논리학의 이분법적 논리에 근거하는 것일 뿐이다. 1, 2, 3 등의 숫자나 그러므로, 왜냐하면 등의 모든 개념들은 구체인 동시에 추상인 것이므로 학교에서는 구체와 추상의 결합이 더 중시되어야 할 것이다.

 

   3) 수학교육의 목표

  교육과정은 결국 모종의 목표를 위한 것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수학과 교육과정의 교육복표는 다음과 같다.

 

수학과는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여 주변의 여러 가지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교과이다. (중략) 수학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수학의 규칙성과 구조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고,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수학 문제뿐만 아니라 실생활과 다른 교과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세계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과 민주적 소통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중략) 나아가 창의적 역량을 갖춘 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수학의 지식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는 것과 더불어 문제 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의 6가지 수학 교과 역량을 길러야 한다. (2015개정교육과정 교육부고시 중 수학과 교육과정)

 

   여기에서 6가지의 수학 교과 역량은 각각 다음을 의미한다.

 

문제 해결 : 해결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은 문제 상황에서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해결 전략을 탐색하고 최적의 해결 방안을 선택하여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추론 : 수학적 사실을 추측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정당화하며 그 과정을 반성하는 능력

창의융합 :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토대로 새롭고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산출하고 정교화하며, 여러 수학적 지식, 기능, 경험을 연결하거나 타 교과나 실생활의 지식, 기능, 경험을 수학과 연결융합하여 새로운 지식, 기능, 경험을 생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의사소통 : 수학 지식이나 아이디어, 수학적 활동의 결과, 문제 해결 과정, 신념과 태도 등을 말이나 글, 그림, 기호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고,

정보 처리 :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 정리, 분석, 활용하고 적절한 공학적 도구나 교구를 선택, 이용하여 자료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능력

태도 및 실천 : 수학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주적 수학 학습 태도와 민주 시민 의식을 갖추어 실천하는 능력

 

   목표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앞서 살펴본 교육과정 구조의 성격, 내용제시 방식, 양과 난이도 등에서 보여진 교과서의 특질을 감안했을 대 과연 이러한 목표를 실질적 목표로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이런 이런 교과 역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매우 조악하다. 아래는 글의 서두에서 다루었던 방안에서 제시한 평가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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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문제는 문건 내에서 창의적 평가유형의 예시로서 제시된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를 통해 창의·융합이라는 교과 역량이 산출되어야 하는데, 위의 문제를 잘 살펴보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언뜻 잘 알수도 없을뿐더러 미술과 수학의 통합이 매우 억지스러워서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와 흥미마저 마저 반감이 된다. 과연 창의성이 무엇인지 교육목표로서 명료한 개념화가 되어 있는지도 의심해볼 만 하다. 실현 방안의 부재와 아울러 목표 자체도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1) 생활 주변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통하여 수학의 기초적인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수학의 기능을 습득한다.

(2)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며, 창의융합적 사고와 정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생활 주변 현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한다.

(3) 수학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고 수학의 유용성을 인식하며 수학 학습자로서 바람직한 태도와 실천 능력을 기른다.

(1) 사회 및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 분석, 조직, 표현하는 경험을 통하여 수학의 개념, 원리, 법칙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수학의 기능을 습득한다.

(2) 수학적으로 추론하고 의사소통하며, 창의융합적 사고와 정보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 및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합리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한다.

(3)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고 수학의 가치를 인식하며 수학 학습자로서 바람직한 태도와 실천 능력을 기른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목표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춘기 청소년이든 학령기 어린이든 아래의 (1)(2)(3)과 같은 교육목표는 허구적이다. 왜냐하면 어린이의 실제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종의 필요를 앞세워 설정된 목표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목표들은 타당한 것일까?

 

   비고츠키는 수 개념의 습득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사고로 이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구체적, 감각적이고 구체적인 양에 대한 지각으로부터 수 개념을 숙달하는 과정에 들어선 어린이들은 산술 체계의 습득을 통해 새롭게 세상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 시각적 사고와 비교해서 개념적 사고가 실재(현실, reality)를 인식함에 있어서 가져오는 새로운 요소material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는 ''에 대한 개념적 인식과 지각의 차이에서 가져올 수 있다.

'수 개념'은 교육받은 사람이 대체로 가질 수 있는 양에 대한 관념이며 직접적 지각에 기초한 수 이미지는 원시부족에 널리 퍼진 양에 대한 관념이다. 아주 어린 아동은 이미지에 기초하여 수를 지각한다. 주어진 대상들이 이루는 무리의 형태와 크기 등 구체적 지각에 기초한 수에 대한 관념으로서 이는 개념이 아닌 '이미지'이다.

개념적 사고로의 이행과 함께 수 개념이 등장하면서 어린이는 순수한 구체적인 수적 사고에서 해방된다. 이미지로서의 수를 이제 수 개념이 대체한다. 수 개념과 수에 대한 이미지를 비교하면, 얼핏 보기에 심상 속에 포함된 구체적 내용의 풍부함에 비해 개념이 담는 내용에서의 상대적으로 극도의 빈곤함이라는 형식 논리의 전제를 정당화하는 듯 보인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개념은 구체적 지각에 적합한 점들을 배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 지각이나 그저 눈여겨보는 것으로 완전하게 접근할 수 없는 수의 측면들을 인식할 가능성을 열어 준다.

예컨대, "7"이라는 개념은 복잡한 수 체계 속에 포함되며 체계 속에서 그것의 특정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개념이 발견되고 처리될 때, 이 개념과 개념 체계의 나머지 간에 존재하는 복잡한 연결과 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개념은 실재(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체계화한다." 구체적으로 지각된 자료들은 연결과 관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체계 속에 포함되며, 그 연결과 관계는 단순한 이해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의 여러 속성들은 그것을 개념으로서 생각하기 시작할 때만이 명료해지며 (새로운 차원의) 지각이 가능해진다. 개념적 사고에서는 (양의 표상인) 수의 질적 특성을 밝힐 수 있다. 93의 제곱이며, 93으로 나누어진다. 이처럼 (개념으로서의) "9"(수 체계 속에서) 자신의 명확한 위치를 점유하며, 다른 수와의 명확한 관계 속에서 위치한다. 나누어짐, 다른 수들과의 관계, 더 단순한 수들로부터 구성되는 등등의 이 모든 것들은 수 개념을 통해서 만이 드러난다. 이처럼 개념으로서의 수는 수에 대한 풍부한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비고츠키 영문판 선집 52, “청소년기 개념형성과 생각발달)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의 고차화와 사고의 자유를 획득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개척해주어야 할 수학교육이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을 따름이다. 어린이들만 괴로울까. 학부모 교사도 괴롭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나아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뛰어넘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수학이 교육과정의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구안해야 할 것이다. 더 많은 공동의 연구와 실천적 검증이 필요할 테지만, 우선 강박을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리나 개념의 설명이나 제시보다 학습자 중심, 발견이 더 좋은 방식이라는 강박. 수업방법은 다양해야 한다는 강박, 구체물이 많이 도입할수록 좋은 수업이라는 강박. 이 모든 것은 어린이 발달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이를 위해서는 발달에 대해 함께 공부할 필요가 있다. 학령기 어린이에게 일어나는 결정적 변화는 무엇일까. 수학 교수-학습이 이러한 변화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그러한 역할을 위해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비고츠키 아동학 강의 시리즈 3권인 의식과 숙달5장은 학령기 어린이의 발달적 변화와 그 특징을 다루고 있다. 다음은 의식과 숙달 5장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학령기 초기 어린이는 대개 그 과업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학생이 계산 문제를 해결하면서 혼란스러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교사는 소리 내어 생각해 봐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오류가 수정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이 자신이 문제를 푸는 동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할 수 없어서 혼란스러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린이는 생각을 하고 어떤 식으로든 답까지 구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하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행동의 동기는 이행적 연령기(사춘기 초기)에 이르러서야 의식적으로 자각하게 되는 나중 영역입니다. 성인들 역시 사건의 진정한 동기의 상당 부분을 언제나 의식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련의 모든 경우에서 진정한 의도와 동기는 의식적으로 파악되기 어렵습니다. 논리적 기억과 의지적 주의의 지배 시기에 어린이 생각 자체는 기억만 논리적이 되고 주의만 자발적이 된 덕분에 생각 자체는 의식되지 못한 채 비자발적으로 남습니다.(의식과 숙달, 269)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학령기 어린이에게 발견해라, 창의적으로 사고해라, 융합해라, 문제를 해결하라... 끊임없는 요구가 왜 부질없는 것이며 왜 수학에 대한 정의적 태도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지, 개념에 대한 체계적 설명도 없이 많은 문제부터 들이미는 교과서가 어째서 문제인지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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