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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 66호 (2017.10.16. 발간)



[담론과 문화] 타라의 문화비평

히어로를 기다리는 <학교 2017>


 

타라(진보교육연구소 문화연구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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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학교>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인 <학교 2017>16부작으로 종영했다. ‘성적계급사회를 시작으로 만나러 갈게, 진짜 너를로 마무리된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4.5%로 낮은 편이며 황당한 설정과 현실 개연성 부족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학교> 시리즈는 웰메이드 드라마였던 <학교 2013>에서 끝냈어야 한다는 글과 함께 함량 미달인 <학교>드라마로 거론되기도 했다. 학교가 배경이고 교복 입은 인물들이 등장할 뿐 달달한 러브라인이라는 트렌디드라마의 흥행코드로 차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 2017>에는 어설프긴 하지만 학교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시각이 감지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드라마의 무대인 금도고는 사립재단의 재산이자 학교장에게 부여된 제왕적 권력으로 운영되는 일반고교이다. 교사들에게는 이곳이 생업의 장소이고, 학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쓰일 학교생활기록부를 생산하는 곳이다. 학생들은 금도고를 그지[거지]같은 학교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며 웃고 떠들 수 있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은 이곳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고 거짓을 까발리면서 학교를 뒤집어놓는다. 소심하고 무사안일한 학교와 교사들에게 한 방 먹이면서 성장해가는 것이다. 물론 그 성장의 서사가 매끄럽게 구성되어 있지는 못하다. 사건의 소재와 전개 양상이 단순한 편이고 치밀하지 못하며 인물들이 지나치게 희화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유쾌 발랄한 코믹 코드 속에서 던지는 메시지, 학교를 변혁하라는 이 메시지는 제법 울림이 크다.

 

 

자기 단속과 무력감


   <학교 2017>에 등장하는 교사들은 이전의 <학교> 시리즈에 나오던 전형적인 교사 군상들이다. 학생들에게 헌신적인 교사가 있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혹은 무책임한 교사들까지 다양한 교사가 등장한다. 교사 심강명은 외고와 사범대 출신의 범생이 젊은 교사로 성적계급사회인 금도고에서 학생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자 나름 애쓰는 인물이다. 학생들의 전교 석차 게시가 내키지 않고, 경쟁적으로 서로의 규칙 위반을 신고하는 상벌점 신고 보상제현실에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그의 저항은 소극적이다. 그는 먼저 나서기보다는 학생들이 교장을 상대로 벌인 일들에서 그들을 보호해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X를 잡겠다고 혈안이 된 교장이 스쿨폴리스와 사설 경비들까지 동원해서 X로 짐작되는 학생을 쫓을 때 그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X인양 사람들의 눈을 속임으로써 학생을 보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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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학교에 고용된 초짜 교사인 그는 선배교사 구영구와 스쿨 폴리스 한수지에게 자신의 무력감을 호소한다. 학생들의 눈에 비친 담임의 모습은 자신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엔 미흡하다. 아니 학생들은 아예 담임교사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학원 숙제를 하며 형식적인 상담에 임하는 학생들, 절대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학생들,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얻고 돌아서는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담임 심강명은 한없이 무력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최선은 몸으로 보여주는 약속과 희생일 뿐이다. 친구들 간의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벌점제에 대한 그의 항거는 학급 전체 학생들이 신고한 벌점의 합계만큼 스스로 운동장을 뛰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호소하여 학급 문화를 바꾸려는 그의 노력은 다소 진부하다. 체제 변혁은 포기하고 구성원들의 온정적인 마음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사학재벌에 대척하기 어려운 현실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극 중에서 교육청 감사와 지도 등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이는 너무 소극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그의 이런 소심함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서야 학교 현장에 발 디딜 수 있는 요즘의 신규교사들의 현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 재단이나 학교체제에 대해 맞섬은 청년실업의 시대에 어렵게 얻은 이 정규직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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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40대 중년 교사 장소란은 학생들과 무관한 위치에서 철저히 자기를 보호한다. 복잡한 일에 절대로 휘말리지 않겠다고 서슴없이 말하며 자기가 목격한 학생의 억울한 상황에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일 년 전에 있었던 김희찬의 서보라 폭행 사건도 담임으로서 무책임하게 덮어버리고, 잘못이 밝혀진 이후에는 감봉 6개월이라는 처벌로 모든 잘못을 대체해버린다. 극에서 학생에게 사과하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기미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음은 주지할 부분이다. 교사는 생명체인 인간을 만나는 직업이므로 그 자체로 갖게 되는 본래의 책무감이 있다. <학교 2013>에는 그러한 교직의 무거움을 깨닫고 종국에는 사표를 쓰던 학원 강사 출신의 교사 강세찬이 있었다면, <학교 2017>에는 염치 불구하고 자기 단속에만 철저한 소시민 교사 장소란이 있다. 다소 극단적으로 설정된 교사상이기는 하나 무한 책임과 무책임으로 양극화된 오늘날 교사 사회의 일면이자 교사를 불신하는 대중들의 정서적 반영이 아닐까 싶다.

 


금수저 - 흙수저


   <학교> 시리즈가 그러했듯이 <학교 2017>은 현실 고발극이다. 그것은 학교 현실에 그치지 않고 헬조선의 축소판으로 기능한다. ‘성적계급사회라는 부제를 단 1회에서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성적순으로 급식 줄에 선다. 그런데 금도고 이사장 아들인 현태운은 성적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단연 첫 번째로 급식을 배식 받는다. 학교의 1인자는 전교 회장에다 석차 1위인 손대휘가 아니라 재력가 아버지를 둔 현태운이다. 그는 오토바이 등하교의 특권을 누리며 사전에 수학경시대회 답안지도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학교의 누구도 그를 섣부르게 건드리지 않는다. 이러한 특권적 위치에서 그는 학교의 온갖 곳을 전유하며 X짓을 마음껏 할 수 있다.

 

   <학교 2017>에서는 이전에 비해 학생들의 빈부 차이가 금수저와 흙수저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금수저는 이사장 아버지를 둔 현태운과 유명 검사 아버지를 둔 김희찬, 그리고 학운위(학교운영위원회)에서 힘을 행사하는 어머니를 둔 유빛나이다. 김희찬과 유빛나는 고액 과외와 맞춤형 컨설팅의 수혜자로 시험 점수와 석차에 무척 민감하다. 특권층의 자녀로 표상되는 이들은 안하무인으로 입시를 위한 온갖 기회들을 독점하고 흙수저 학생들을 아랫사람 부리듯이 함부로 대한다. 언론에 오르내리던 갑질의 막말을 비롯한 모든 행태가 학교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것이다. 이는 교육 혹은 학교가 더 이상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네에서 닭을 튀겨 배달하며 살아가는 치킨집 딸인 라은호,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부 엄마를 둔 오사랑, 미용사 엄마를 둔 송대휘 등은 흙수저들이다. 그들의 부모는 영세한 자영업자이거나 비정규직으로 그림자 노동을 하는 이들이다. 드라마 속에서 흙수저 자녀들은 돈 때문에 아픈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것은 각각 제 혼자서 삭히는 것으로 정리된다. 웹툰 속 등장인물들 같은 이들은 경제적 형편에 비관하기 보다는 매사에 명랑 쾌활하며 다소 과장될 정도로 씩씩하다. 이른바 캔디형 주인공인 라은호는 첫사랑 대학생 오빠와 캠퍼스 커플이 되고 싶은 꿈 하나만으로 2806등급의 성적이지만, 웹툰 특기자 전형으로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해맑고 쾌활한 긍정의 아이콘이다. 오사랑 역시 대입이 아닌 공무원 시험을 목표로 하는 것 말고는 은호와 동일한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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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이 진행됨에 따라 내면의 변화가 큰 인물은 송대휘이다. ‘개천의 용이 되기 위해 그는 치열하게 살아간다. 공부가 유일한 동아줄인 그는 물집 잡힌 손가락과 손목의 통증을 고무밴드와 손목지지대로 달래며 공부에 매진한다. 금수저 김희찬에게 예상문제를 뽑아주고 수행평가 보고서를 대신 써주며 그가 대가로 받는 것은 돈과 학원 수강증, 입시 컨설팅 정보 몇 개이다. 그의 피로한 얼굴은 EBS 다큐프라임 3부작 <공부의 배신> 속 가난한 입시생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는 금수저에게만 시험문제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절박함에 시험지를 훔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대휘는 징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를 밝히지 않는 태운과 은호의 모습에 감동하여 종국에는 비겁했던 자기의 행동을 밝힌다. 이후 그는 태운이와 함께 또 다른 X가 되어 학교의 부조리함을 까발리는 일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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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사업의 몰락으로 금수저에서 흙수저로 추락한 금도고의 퀸카 홍남주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금수저로 보이는 외양 덕분에 금수저로 취급되지만 실제로는 흙수저인 홍남주는 굳이 본인의 형편을 드러내지 않는다. 친구들의 대우가 다르고 어울리는 무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길까지 에둘러 가고, 금수저 코스프레로 자기의 실상을 숨기는 홍남주라는 인물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을 보면 현실에 부의 그늘로 숨어야 하는 이들의 애환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남주의 가정 사정이 드러나자 금수저들의 비아냥거림이 이어지고, 그는 무단결석을 하고 방황하다 알바의 일상을 산다. 그러나 남자친구인 송대휘의 설득으로 다시 학교에 오게 되고, 그는 금수저들의 이죽거림에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며 당당하게 맞선다. 희생양을 자처하던 서보라가 라은호에 대한 김희찬의 폭행 사실을 폭로했던 것처럼.

 

   <학교 2017>에서 금수저들은 거만하고 비도덕적으로 그려진다. 교사 집단은 대다수 그들의 권력에 비굴하게 굽히거나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그들과 학교가 결탁한 부조리함에 맞서는 것은 건강한 흙수저들이다. 자퇴를 종용하는 교장에게 당당하게 그 부당함을 외치는 은호와 은호의 가족들이고,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 봉투를 들고 급식의 비리를 밝히라고 따지는 것도 학교 청소부인 사랑이 엄마인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차가운 한겨울 촛불 하나 들고 아스팔트를 끈덕지게 지켜내어 부패하고 무능한 박정권을 끌어내린 시민들이다. 요컨대 <학교 2017>은 부패한 사학재단을 고발하는 동시에 학교 체제를 혁신할 힘을 내부의 흙수저들에게서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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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권력을 배경으로 자신을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는 김희찬에게 맞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하는 너에게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연서명을 받는 은호의 용기와 결단은 어디서 나왔을까? 징계와 퇴학을 각오하고 싸울 수 있는 그들의 힘은 세상이라는 광장의 현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시작은 학교=아버지라는 구도에서 친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갚음으로 학교(혹은 시험)에 저항하는 태운의 X짓에서 비롯되었지만 이후 사건들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은호의 상상력이다. 부당한 학교 현실에서 지금 딱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담은 은호의 말들이 씨앗이 되어 X짓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X짓의 동력이 금수저 중의 금수저인 태운이라는 일개인에서 흙수저인 은호로 급격하게 이동하고(물론, 이 이동의 결정적 계기는 사랑이라는 열정이지만) 점차 대휘와 보라, 그리고 사랑이까지 합류하는 흐름으로 확대되어 가는 것은 체제 변혁을 위한 연대의 몸짓으로 보인다. 개별적 주체가 하는 X짓은 단지 영웅놀이식의 헤프닝에 그치지만 여럿이 함께 연대하여 하는 X짓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얻어 그들을 함께 움직이게 하고 체제를 변혁시킬 수도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전쟁


   <학교 2017>5~6화는 이른바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 지옥도인 학교를 그리고 있다. 간절함으로 공부하려고 해도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 학교, 사전에 미술경시대회 공고도 없이 특정한 학생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학교, 돈 있는 학생들에게만 스펙을 몰아주는 학교에서 특권층 학생들의 생기부는 그들이 목표로 하는 수시 전형에 최적화된 상태로 쓰여진다. ‘성적이 아닌 비교과 활동들을 적어놓은 포트폴리오에는 학생들 부모의 자본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다. 드라마 속 금수저들은 유명 학원가의 고급 컨설팅을 통해 작성해온 내용을 담임교사 심강명에게 그대로 써달라고 요구한다. 강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들과 교장은 학기 중에는 원칙적으로 금지된 생기부 공개를 요구하기에 이른다.

 

   은호는 교무실에서 부조리한 교사들을 향해 어떻게 학교가 학생을 차별할 수 있어요?”라고 물으며 1등급의 미래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외친다. 6등급 학생의 이런 행위는 현실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이 장면은 지난 해 생기부 조작으로 시끄러웠던 S여고 학생들의 대자보를 연상케 한다.

 

학교=사회의 축소판임을 몸소 보여주시는 다수의 선생님들께 고합니다.

사회가 이런 곳입니까? 적어도 다수의 S여고 선생님들은 '최순실 게이트' 에 분노할 자격이 없습니다. (……) 올해 우리 학교 고3은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습니다. 학년 초부터 학년 차별, 학생 차별을 직접 목격했고, 7월에는 생기부 조작으로 불안감에 떨어야 했습니다. 잠을 쫓기 위해 '스탠드 책상' 에서 선 채로 공부하고 대야에 찬물을 받아 세수하며 공부했고 독서실에서 새벽 1, 2시에 귀가하며 최선을 다했는데, (일부 선생님의) 생기부 · 성적 조작으로 모든 게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 사회가 이런 곳입니까? 불안감을 호소할 수도 없고, 특정한 사람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곳, 정당하게 살 수 없고, 우리의 노력을 좌절시키는 곳입니까? 저희는 이런 사회가 싫고, 이런 학교가 싫습니다. [2016.12.28.]

 

   성적 우선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방안이었던 생기부와 학종(학생부 종합 전형)이 자본 우선주의의 전형이 됐다는 점은 씁쓸하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바야흐로 전체 대입에서 23.6% (15개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한정할 경우는 그 비중이 42,4%)에 이르는 학종 시대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기부는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숨통을 틀어쥔 명부인 것이다. 극 중에서 은호가 X의 정체를 밝혀내면 모든 벌점을 없애주겠다는 교장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도, 전교 1등인 대휘가 특권층에게만 돌고 있는 수학경시대회 시험지를 훔치려고 불법과 학칙의 경계를 넘는 것도 모두 생기부의 한 줄 기록에 대학 입시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송대휘를 통해 드라마는 공부만 잘해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대학 입시의 현실, 즉 금권계급사회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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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의 생기부를 관리해주지 못한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자사고, 특목고, 혁신고 등의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여 학생들의 기록을 풍성하게 해줌으로써 우월한 생기부를 생산해야 할 책무감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변종이 된 학종과 생기부를 비판한다. 그렇다면 아무리 원론적으로 옳다고 하더라도 변종이 기승을 부리는 현재의 입시 현실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극은 X가 담임교사 심강명이 진솔하게 쓴 2학년 1반 생기부를 출력하여 학교에 온통 도배하는 것으로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린다. 초등학교에서도 생활통지표에 기록된 행동 특성에 관한 교사의 서술에 불만을 품고 수정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출몰하는 현실에서 X의 생기부 공개는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특정계급만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나머지들은 그들이 남긴 떡고물을 둘러싸고 경쟁해야 하는 사회를 학생들은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조직하고, 수상을 기록하기 위해 대회를 만들고, 특정 학생들을 위해 나머지는 들러리 세우는 이런 학교를, 그리고 그런 교사를 학생들은 불신한다.

 

 

스쿨폴리스와 학폭


   학교폭력 선도 드라마였던 <학교 2013>이 남학생 일진 중심의 물리적 폭력을 다루었던 데 반해 <후아유-학교 2015>는 여학생들 간의 왕따와 괴롭힘을 소재로 했다. 학교폭력의 양상이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인신공격과 욕설, 협박 등으로 그 결이 달라지고 음성화되면서 <후아유>의 학폭 피해자는 자살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학교 2013>이 학교 교육의 정상화로 학폭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면 <후아유>는 학교 시스템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개별적 응징으로 학폭문제를 해결한다.

 

   <학교 2017>에도 마치 법정 드라마처럼 학폭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전과 달라진 점은 학폭 사건의 가해자-피해자구도가 금수저-흙수저로 설정되고, 이 사안을 처리하는 학교의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절차는 가해자인 금수저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나 피해자인 흙수저 학생을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흙수저 피해자는 지는 싸움이라 체념하고 스스로 희생자가 되어 징계 처벌을 감내한다. 사건의 진실을 요청하는 교사에 대한 서보라의 냉소는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이에 반해 금수저 가해자는 일체 반성의 기미가 없다. 아니 반성할 겨를도 없다. 그저 성가신 일을 부모가 변호사를 사서 잘 처리해주면 그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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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2017>에서 학폭문제에는 학교에 상주하여 학폭 사안을 전담하는 스쿨폴리스(학교전담경찰관)가 전면화된다. 그는 학생들에게 샘이라 불리며 호신술을 가르치기도 하고 일진 학생에게 경찰의 꿈을 갖도록 하는 멘토이기도 하다. 이 제도는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그들의 발달 특성에 맞게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고발과 처벌이라는 사법 절차로 처리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근절 대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폭에 한해서 현재 학교 체제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교사는 학폭위 결정과 이에 불복한 학부모들의 재심의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학폭 업무에 지쳐있고 무기력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사에게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담임과의 상담 없이 곧바로 스쿨폴리스에게 신고하고 매뉴얼대로 처리되는 것을 기다릴 뿐이다. 더구나 대다수 학생들은 학폭 같은 성가신 일에 엮이지 않고 안정적인 스펙을 쌓아 대학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 자기 단속하느라 바쁘다.

 

   2017년 학교의 일상생활까지 미시적으로 파고든 입시 경쟁 시스템의 우울한 현실은 <학교 2017>을 히어로 로맨스 판타지로 만들었다. 모의고사 시간에 스프링클러 오작동으로 교실을 초토화시키는가 하면 교장의 비리 장면을 포착하여 동영상으로 유포하는 히어로X를 갈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의 학교 시리즈들과는 달리 <학교 2017>의 흙수저 학생들은 절대로 학교를 떠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잠시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온다. 이는 현재의 학교 체제나 교사들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에게 학교는 그나마 친구들이 있어 좋은 곳이다. 그래서 학교 안에 나름의 아지트를 틀고 스스로 히어로X가 되어 학교의 부조리함을 까발리고 뒤집으려고 시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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