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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펌글]김주익 동지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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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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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의 김재홍 기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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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부터 정말 세상이 살기 싫어졌습니다...
그날 아침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누가 자살했다는 연락을 받고 '그 사람'은 아니겠지 하고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김주익 지회장이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한달전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물을 때 '타결되지 않으면 살아서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그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쯤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주검 주변에서 발견된 9월9일자유서를 써놓고 정말로 '죽을 각오'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130여일을 외롭게 싸우고 있는 데도 그 때 이후 한번도 전화해 보지 못했던 제가 원망스럽고 모두를 남겨 놓고 혼자 떠나버린 김 지회장도 야속합니다..
더구나 한진중공업은 지난 91년 박창수 위원장을 잃은 곳입니다...
푸르던 그해 5월 공권력은 병원 벽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박 위원장의 시신을 탈취해 갔습니다... 그리고는 서둘러 부검을 실시하고는 아무도 수긍할 수 없는 '추락사'라고 발표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당시 안기부 비밀 문서를 확인한답시고 국정원을 방문해 봤지만 여전히 '진실'은 어느 곳에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즈음 기자라는 신분을 통해 알게된 국정원 사람과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박 위원장 의문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황상 안기부의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며 그가 한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박 위원장 죽음의 비밀은 '대한민국'이 지속되는 동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국정원의 운명과 관련된 문제 이기전에 이 국가의 정통성과 관련된 문제다. 국가를 위해 묻어둘 수밖에 없고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건 마찬가질 거다"
그가 말하는 '국가'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싫습니다...
김 지회장은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저에게 "현장 탄압때문에 조합원들이 못움직이고 있지만 이번 싸움을 통해서 반드시 박창수 열사의 유지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박창수 위원장과 함께 노조 민주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고 박 위원장과 함께 노조 활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박 위원장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을 거쳐 92년에는 수석부위원장을 지냈고 94년에는 노조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한진중공업 LNG선 위에서 1000여명의 파업농성을 이끌다 구속됐던 사람입니다...
95년 이후 한진중공업에 온건한 집행부가 들어서 회사의 구조조정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다 2000년도에 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돼면서 회사와의 '큰 싸움'을 준비해 왔습니다...
일부 신문에는 이번 노사갈등이 기본급 5,000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한 것을 봤습니다...
사안을 모르면 기사를 쓰지 말던가, 본질을 알고도 그렇게 섰다면 정말 살인 충동까지 일으키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진중공업은 박창수 열사 당시 3,500명이던 생산직 인력이 현재는 1,300명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구조조정이 13년 동안 계속되는 동안 노조의 저항은 철저한 현장 통제를 바탕으로 '진압'돼 왔습니다...
지난해 회사가 다시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을 때 노조는 이틀간 파업을 벌였습니다...
물론 현행법으로 불법이었습니다... 그래서 7억 5,000여만원의 손배 가압류가 내려졌고 수석부위원장이 해고됐습니다...
이미 대상을 정해 놓고 퇴직을 강요하는 명예퇴직 바람이 휩쓸고 간 후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쓰지 말도록 당부했지만 노조가 힘이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인들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결국 회사는 600여명이 회사를 떠나고 끝까지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138명을 교육발령낸 이후에야 노조와 교섭에 임했고 올해 구조조정 이걸로 끝, 교육발령자는 교육 이수 후 원직 복직 이라는 내용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마저도 교육발령자에 대한 원직복직을 명했지만 회사는 이들을 원직에 복직 시키지 않았습니다...
30평생을 배 위에서 용접만 해온 50 넘은 노동자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킵니다... 기름때 묻은 손에 컴퓨터 자판이 익숙할 리 없고, 자식놈 대학마칠때까지 결혼 시킬때까지는 실업자 신세가 되서는 안된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모니터를 흐리게 했을 겁니다...
회사는 계속 명퇴하면 하청업체에서 일하게 해준다고 강요하고 결국 30명이 중도에 사직서를 냈고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됐든 교육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108명 중 20명만 현장에 복직되고 나머지는 자택대기아니면 부서대기 발령을 냅니다... 집에서 마냥 기다려하는 사람이나 출근해도 사무실 한켠에 앉아있어야 하는 사람이나 모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직서를 내게 됩니다...
당시 회사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왜 합의사항을 어기고 복직 시키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교육성적이 나빠서"랍니다... 그사람들도 위에서 시키니까 그러겠지만 정말 당장 내려가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사직서를 쓰면 그사람들은 다시 하청 노동자가 됩니다...
말이 하청이지 회사가 알선해준 하청업체에서 평소 하던일 계속하는 겁니다... 다만 신분이 정규직에서 하청노동자로 바뀔 뿐입니다...
임금이 60%로 주는 건 그래도 낫습니다... 자녀 학자금, 각종 수당 모조리 사라집니다... 그나마 부실한데로 마음의 위안이라도 됐던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구조조정 투쟁 과정에서 시작된 임단협에서는 당연히 교육발령자 원직복직, 손배가압류 취하, 해고자 복직이 주요 요구가 됩니다...
그러나 회사는 모두 경영관련 사항으로 임단협 교섭대상이 안된다며 요구안을 철회하기 전에는 교섭에 나설 수 없다고 합니다...
상견례이후 지난해 5월부터 정식 교섭이 한차례도 열리지 못했습니다...
올해 6월 김지회장이 40m 높이의 크레인 위로 올라가고 조합원들이 김 지회장 살리자고 파업대오를 형성하기 시작한 7월 즘 서울에서 노동부 중재로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의 교섭이 열립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견접근 사항이 회사 경영진에 의해 다시 뒤집어지면서 교섭은 결렬되고 맙니다...
노조에게도 이번 파업은 마지막 싸움이었고 회사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김 지회장은 "이번에 패배하면 한진중공업에 노조가 설땅은 없어진다"고 말했고 회사도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지난 13여년간 공들여온 강압적 노무관리가 일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더구나 현장에서 김 지회장에 대한 신임을 생각할 때 회사로서는 이번에 밀리면 조합원들이 더욱 김지회장을 따를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올해 추석이 지나도록 교섭이 타결되지 않자 조합원들도 하나둘 파업 대오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회사는 10월 15일까지 파업을 해산하지 않으면 참가 조합원들 모두에게 손배와 가압류를 때리겠다고 협박했고 김 지회장이 자살하기 하루전 파업집회에는 50여명만이 남아있었습니다...
190에 육박하는 큰키에 사람좋은 웃음일 짓던 그였습니다... 말 수가 적어 항상 말보다 실천이 앞섰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사랑하던 부인과 초등학교 다니던 세 자녀들을 남겨 놓고 혼자 떠나고 말았습니다...
태풍 매미가 몰아쳐 농성 크레인이 180도로 회전할 때도 내려오지 않던 그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올해 초 배달호 열사 죽음을 보면서 자신의 죽음이 조합원들을 일으켜 세울 것이라도 믿었나 봅니다...
19살에 노동자 생활을 시작해서 41살이라는 짧은 노동자의 생을 그렇게 마감했습니다...
다시는 사람 좋은 그의 웃음을 볼 수 없어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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