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노동자의 힘 게시판에서 (필명 : 최원)
1. 재신임정국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노무현의 재신임 발언에 대한 대응방향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대응방향
을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재신임 선언이 정확히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를 점검
해야 한다.
노무현의 재신임 선언은 한나라, 민주, 통합, 개혁, 민노, 자민, 사회 등으로
쪼개어진 춘추전국시대적인 총선정국을 심플하게 친노무현 대 반노무현으로 갈
라치려는 정치적 수단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이미 그렇게 규정되어 들어가고 있듯이 비노무현 진영을 '반개
혁'으로 규정하고 친노무현 진영을 '개혁'으로 규정함으로써 총선 이후의 친
노 세력의 규합을 통한 의회내에서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시도이기도 하
다.
이러한 전선의 단순화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정확히 대중정치의 목소리이다.
이미 진보진영은 사분오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중권을 비롯한 진보진영
내의 친자유주의적인 세력은 벌써부터 재신임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그리고 그 논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재신
임은 선거와 달라서 우리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니만큼 불신임을 할 근거
가 없다는 식이다. 그렇다! 주도권은 이미 진보진영에게 있지 않다. 그것이 바
로 재신임 투표가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반대편에서 진보진영내의 좌파적 성향의 세력은 벌써부터 불신임을 밀어붙여
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 근거는 기본적으로 노무현의 개혁정치가 파
탄났음을 우리가 보았고, 이라크 파병, 노동운동 탄압 등을 통해서 우리가 그
반동성을 보았으므로, 노무현에대한 신임은 있을 수 없으며 노무현이 불신임
된다면 한나라당이 그 이후 대선을 움켜쥔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
렇다! 불신임의 편에 서게 될 경우 우리는 매우 이상한 위치에 가있게 된다.
딴나라당과 나란히 서서 어색한 미소를 머금고 구호를 함께 외쳐야 한다. 안녕
하세요? 첨 뵙겠습니다.
그러니 재신임 투표에서 좌파가 챙길 수 있는 몫은 없으며 총선에나 전력을 기
울이자? 그런데, 대중들의 마음은 이미 재신임 투표를 중심에 두고 진영이 나
뉘어 있게 된다. 총선에서 대중들은 후보들을 향해 물을 것이다. 당신의 입장
은 재신임인가 불신임인가?
결국 재신임을 하든 불신임을 하든 또 신경을 쓰지 않든 모두 동일한 딜레마
에 빠지게 되는데, 그 딜레마는 주도권이 결코 진보진영 쪽으로 넘어올 것 같
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조심성 없이 재신임이다, 불신임이다, 무
관심이다 외치고 있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주도권을 어떻게 넘겨줄 것인가의 방식을 놓고 싸우고 있
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도권을 진보진영에서 도로 찾아오는 일은 각자 정치적 입장을 정
리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자.
문제는 대중들의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되어야만 한다.
즉 구체적인 정치적 입장의 확보는 아직 시간이 있다. 정말 문제는 그러한 정
치적 입장의 확보가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루어져야만 대중들의 주도권
이 생성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따라서 나는 '민중회의' 등의 형식으로 대중들의 광범위한 참여들을 조직하고
그 속에서 대중들 자신에게 불신임이든 재신임이든 보이코트든 어떤 정치적 방
침을 결정하게 하는 싸움을 할 것을 제안한다. 각각의 정치적 조직들은 물론
자신들의 입장을 가공하고 그 조직된 전체 회의를 통해 선전선동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결정에 대해서는 누구나 승복해야만 한다.
바로 이러한 민중회의 대중정치의 직접민주주의로 형식적이고 제한된 부르주
아 국민투표 직접민주주의를 깨부수고 나아가자!
또한 이러한 민중회의를 통해서 우리는 범진보진영의 총선에 대한 단일한 대응
의 전선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별로 후보 단일화 등도 추진할 수 있으
며 단일한 정치적 요구들을 조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직 이렇게 대중들이 스스로를 조직할 때에만이 노무현 대 비노무현의 기만적
인 구도를 깨부수고 주도권을 대중들이 다시 움켜쥘 수 있게 될 것이다.
재신임, 총선 정국에 대한 범진보진영의 단일 대응을 위한 '민중회의'를 조직
하자!
2.(이어지는 수정글) 왜 민중회의인가?
현재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재신임과 불신임은 반반 정도인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더 두고봐야할 일이겠지만, 현재와 같은 구도라
면, 진보진영이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라크 파병 절대 불가, 사회적인 안전망 마련, 비정규직의 철폐를 위한 각종
의 법개정의 요구(이 요구의 마련 자체가 논의되어야 한다)를 걸고 그것을 명
확하게 받아들이는 한에서 노무현에 대한 재신임을 할 수 있다는 선택적 재신
임론을 들고 나올 수도 있다.
재신임이냐 불신임이냐 보이코트냐 사이에서 3지 선다형으로 문제 맞추기를 하
는 것은 출제자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운신의 제약을 깨
고 나오기 위해서라도 진보진영의 단일대오의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결국 문제를 다시 사회적인 쟁점, 신자유주의와의 싸움으로 끌고 내려오는 것
이 중요하다.
단순히 노무현을 재신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을 단순하
게 불신임한다는 것도 현재의 구도를 깨고 들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싸
움을 자꾸 이데올로기적인 선명성의 문제로만 사고하면 안된다.
만일 단순히 개혁정책의 파탄을 규탄하면서 불신임을 주장하고 나간다면, 대중
들은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건 우리도 안다. 그러나 그것은 노무현의 잘못
이 아니라 옆에서 그를 흔든 사람들의 잘못이다. 그래서 그가 이제 새로운 각
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저렇게 용기있는 결단을 내려 재신임을 묻고 나왔다.
이것을 깨고 들어갈 수 있는 수는 단 하나다. 그렇다면, 그렇게 결단한 노무현
이 과연 진정으로 개혁을 추진하려는지 시험해보자. 이러저러한 요구들을 내걸
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우린 재신임하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우린 이제
그를 믿을 수 없다. 또 다른 꼼수에 불과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이
다. 우린 그러한 이유로 그를 불신임한다!
이렇게 싸워 들어가야 대중들이 흔들릴 수 있고 움직일 수 있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싸움으로 이 싸움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인간과 짐승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짐승 그 자체가 이중화 되어 있다. 사자와 여우. 사자는 무대포로 가
서 물어 뜯는다. 그러나 함정을 피할 수 없다. 반면 여우는 함정을 피할 수 있
으나 가서 물어 뜯을 힘이 부족하다.
이제 인민이 군주가 되어야 하며, 인민은 사자와 여우 모두가 되어야 한다. 반
신자유주의 요구들을 내건 조건부 재신임은 이러한 변증법을 표현한다.
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민중회의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믿
고, 이를 통해서 총선 투쟁까지도 함께 해나갈 수 있는 틀걸이를 우리가 확보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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