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제자유구역 교육시장 전면개방>
세계무역기구(WTO)의 교육시장 개방협상과 별개로 경제자유구역의 교육시장은 초·중·고·대학에서 전면 개방된다.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도 외국대학 설립이 허용된다. 이들 지역에 들어서는 외국학교는 국내 교육법을 적용받지 않고 잉여금을 본국으로 송환할 수도 있으며, 내국인도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이런 내용의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 특별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공청회를 열고 올해 안에 입법을 마칠 계획이지만 교총·전교조 등 교육계가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입법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초·중·고·대학 모두 허용=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평생교육시설과 학원만 일부 개방하기로 한 것과 달리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광양·부산(광양·부산은 지정 예정)에서는 모든 학교급에서 시장개방이 이루어진다. 제주도에는 대학만 설립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서는 외국학교는 원칙적으로 분교 형태이며, 설립주체가 외국 정부나 자치단체일 경우 본교를 만드는 것도 허용된다.
이들 교육기관에는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교과과정 편성, 신입생 선발방법, 운영 등은 학교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또 국내 교육기관과 똑같은 학력이 인정되고 법인세·소득세 등도 면제받는다. 학교 건물도 임차가 가능하도록 했고, 수익용 기본재산도 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결산상 잉여금의 본국 송환도 허용했다.
설립 잇따를 듯=건물을 빌려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등 학교설립조건이 크게 완화됐고 송금도 허용돼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이미 미국·중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대만·싱가포르 등 10개국이 대학 개방을 요구하는 등 한국은 외국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교육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중국·뉴질랜드·대만 등은 초·중·고교의 개방도 요구한 상태다.
여기에다 정부는 외국학교의 설립을 위한 행정편의를 제공하고 학술연구비 지원 등 재정적인 도움도 줄 예정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진출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판도 변화=국내 대학들은 당장 우수한 신입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의 유명 대학이 분교를 세울 경우 국내 대학의 서열까지 바뀔 전망이다.
자녀를 외국 초·중·고교에 보내려는 경쟁도 치열해지게 생겼다. 지금도 연간 1만5천여명 이상의 초·중·고생이 해외유학을 가는데다 이 가운데 절반은 불법유학일 만큼 학부모들의 외국학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고교는 단숨에 특수목적고에 버금가는 명문고로 떠오를 전망이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법안대로라면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 학생들을 위한 외국학교특구가 될 것”이라며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을 모아 입법을 막겠다”고 말했다.
* 관련자료
자료실에 전국 교육특구 신청현황 및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에 관한 특별 법안이 올려 놓았습니다.
* 법안 분석을 곧 완료하고, 더불어 개방화,분권화 지형에 대한 글을 진보교육뉴스란에 올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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