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이후 일본 국립대 교수들이 느끼는 변화
그 많던 日 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 한 교환교수가 보내 온 편지
박남기 광주교대 editor@kyosu.net
<교수신문> 200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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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환교수로 지내고 있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교육학)가 ‘법인화 이후 일본 국립대 교수들이 느끼는 변화’라는 제목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보내왔다. 박 교수는 미국 피츠버그대 박사과정에서 세계 고등교육의 핫 이슈를 비교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강의를 맡고 있다. |
얼마 전에 국제미술교육학회에 참가하였던 교수가 최근에 일본 학자들의 국제학회 참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미국 볼티모어에서 올 3월 초에 열린 CIES(Comparative and International Education Society)에 참여하여 살펴보니 이 학회에서도 과거에는 그렇게 많던 일본 교수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미국 유학중인 일본 학생이 발표하는 세션에서 이에 관한 질문을 했더니 플로어에서 자신이 일본에서 온 교수라며 지원이 줄어든 결과라는 답을 했다. 세션이 끝난 후 잠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을 일본 니가타 국립대학 교육학부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직변호사라고 소개한 요수키 요토리야마 교수(yotoriya@iea.att.ne.jp)로부터 법인화 이후 몇몇 큰 국립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일본에는 국립대법인화 철회를 위한 인터넷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는 거기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며, 얼마 전 일본 NHK가 만든 국립대법인화에 관한 특집 첫 화면에 자신과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국정부도 일본처럼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더니 한·일 공동으로라도 이를 막아야 한다며 열을 올렸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교수인 그가 체감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는 역시 연구비 지원금 감소였다. 법인화 이후 일본 정부는 90개의 국립대학에 균등 분배하던 지원금을 10개의 국립대학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법인화 이전에는 교수 1인당 연 1천만 원씩 주어지던 연구비가 연 3백만 원으로 갑작스럽게 줄었다. 더 많은 지원을 받는 10개 국립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동일 분야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학자수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해당 분야의 학문 발전이 지장을 받게 된다. 연구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대학 간의 교수 인력 교류가 원활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몇몇 대학만 중심으로 지원을 늘림으로써 나머지 대학에 근무하는 연구력을 갖춘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고, 이는 결국 국가 전체의 연구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에 따르면 도쿄대 교수들이 1년간 지원받는 연구비를 나누어보면 하루에 약 30만원씩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큰 연구비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값비싼 비디오나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하여 긴급하지 않은 많은 장비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연구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효율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그가 지적한 것은 정부의 통제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법인화 이후 모든 것은 정부와의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계약이라는 이름하에 전보다 더욱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 교수들의 대 사회적 책임감이 크게 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연구를 수행할 때 자신의 연구목적과 결과가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졌으나 법인화 이후에는 정부와 법인 사이의 계약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교수들은 그 계약 내용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즉, 교수들의 대 사회적 책임의식이 계약을 통한 간접적인 것이 됨에 따라 책임의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의 미래를 선도해가는 지식인 계층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그는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지적한 문제는 법인화 이후에 대학들은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대신에 대학 구조 개혁이나 대학 행정(예: 국제화) 개혁과 관련된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장 돈이 될 프로젝트에만 연구 예산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기초연구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기의 학문 활동에 전념하던 교수들이 연구비가 있는 대학행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대학행정가의 힘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 수준의 대학을 갖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우리는 ‘백유경’에 나오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아름다운 2층 파티장만 필요로 할 뿐 땅을 파서 기초를 다지고 일층을 짓는 것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립대학교수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우려가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서서 국립대 법인화를 시도한 일본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며 일본의 실험 결과를 지켜볼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면서 그러한 시도가 가져온 강점을 살리고, 문제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는 없는 것일까? 최근의 법인화 추진 상황을 보면 답을 국립대법인화라고 미리 내려놓고 진행하고 있는 느낌이 크다. 그렇다면 진정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이었던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그리고 정말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법인화일는지,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일지를 조금만 더 기다리며 지켜보자.
물론 그동안 지적되어온 국립대학의 비효율성이나 경쟁력 확보 등의 문제에 대해 국립대학도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이미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정부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며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국립대교수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일까? 요수키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나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그의 글이 도착하면 원문을 소개할 생각이다. 멀리 떠나 있으면 모든 것을 잊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며 밤을 밝히고 있는 나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논의에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