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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국민교육연대] 출교 무효 판결은 정당하며, 학교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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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교육
| 10-05 | VIEW : 1,6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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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출교 무효 판결은 정당하며, 학교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급작스럽게,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징계규정을 바꾸고, 사건의 당사자가 징계위원장을 맡고,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단심으로 징계를 결정하고… 초등학교 학급회의 수준만도 못한 일이 벌어진 곳은 지성의 전당이라던 대학이었다. 최소한의 절차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채 내려진 징계가 무효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고통을 필요로 했다. 바로 어제(10월 4일) 법원은 징계 절차의 정당성이 없다며 고려대학 당국이 내린 출교조치가 무효임을 판결했다. 이로써 출교조치의 부당함과 가혹함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으며, 뒤늦게나마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을 환영한다.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출교 당사자들은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출교처분이 내려진 직후부터 시작된 천막농성은 1년 반이 넘게 이어져왔으며, 이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들이 학교측의 반교육적 처신과 징계의 부당함을 백방에 알리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온 결과 이번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출교학생들에게 심심한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다만 싸움은 이걸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법원은 출교조치의 절차적 부당함과 가혹함을 지적하였지, 징계 자체의 무효화를 판결한 것은 아니다. 법원은 학생들의 ‘감금행위’를 인정하였고, 이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함을 판결하였다. 만일 학교측이 이를 근거로 새로운 징계를 내릴 경우, 애초 사태의 발단이자 원인을 제공했던 무원칙한 학교 간 통폐합조치는 가려진 채 학생들의 ‘패륜행위’가 쟁점이 될 것이 뻔하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판결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학은 돈 모으기, 건물 짓기, 장사 안 되는 학과 없애기 등 외양을 그럴 듯하게 꾸며 소비자(학생)를 끌어들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해마다 학교 건물은 뻔드르르해지지만, 정작 교육공간은 여전히 좁고 시간강사는 점점 늘어난다. 기업과 너무나도 닮아버린 대학은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활동을 제약하고 오직 자본형 인간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돈을 준 대가로 일개 기업 회장에게 철학박사학위를 주려던 것을 비판하고, 대학간 통폐합의 무모함을 지적한 것에 대해 출교처분을 내린 학교측의 대응은 오늘의 한국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이번 출교사태의 배경은 이처럼 암울한 대학의 현실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사태의 해결은 학생들의 ‘행위’ 자체의 시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첨병역할을 자임하는 대학의 변화부터 짚고 넘어갈 일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최근 대학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차분하게, 깊이 있게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저 시대적 조류인 양, 대세의 흐름인 양 무비판적으로 당연히 받아들일 뿐이다. 그나마 이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학생들을 학교 당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무시하고 억압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유행처럼 빠르게 번지고 있는 대학의 천박한 행태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업의 돈을 끌어모으고, 건물을 늘리고, 신입생 충원만 잘 하는 게 과연 대학의 역할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유용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고려대학 당국은 항소를 하거나 혹은 중징계를 내려 또 다시 비난을 사는 몰상식한 처신을 하지 않기를 바라며, 진정한 대학의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자문해볼 것을 촉구한다.
2007. 10. 5
WTO교육개방저지와 교육공공성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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