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우차 비디오 입맛대로 편집
부평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의 원인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찰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노조쪽의 폭력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제 현장상황의 순서를 뒤바꾸는 등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비디오테이프를 편집·제작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민주노총의 테이프를 중심으로 해 재편집된 경찰의 테이프는 중요한 사실에서 시간상의 순서가 뒤바뀌고, 경찰의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적으로 순서가 뒤바뀐 대목은 민주노총 소속 박훈 변호사의 발언 내용으로, 이 테이프에는 박 변호사가 “불법적인 공권력에 대항한 폭력행사는 정당방위로서 무죄이니, (경찰을) 죽지 않을 만큼만 패도 되고…”라는 등의 언급이 담겨 있다.
박 변호사가 문제의 발언을 한 시점은 지난 10일 오후 2시께로,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현장방문 시점인 오후 3시께보다 한시간 정도 앞선 때였다. 또 오후 4시께 벌어진 경찰의 폭력진압과는 2시간 정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경찰 테이프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방문이 있고 난 뒤 박 변호사의 발언이 이어졌고, 곧바로 경찰의 폭력진압이 벌어진 것으로 편집됐다. 이처럼 순서를 뒤바꾼 편집은 박 변호사의 발언이 노조원과 경찰을 자극해 폭력사태를 불렀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찰은 또 박 변호사의 발언 내용 가운데 일부만 편집해 보여줌으로써, 박 변호사의 진의를 왜곡해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의 테이프에는 당시 박 변호사의 발언이 “… 죽지 않을 만큼만 패도 되고 …”에서 끝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테이프에는 이 언급에 이어 “떨어져 나온 전경은 절대 때리지 맙시다. 대열에서 나온 순간 공권력이 아닌 개인입니다”라는 말 등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박 변호사는 폭력사태 하루 전인 9일 노조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허용한 법원 결정문을 들고 노조사무실 출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하자, “여러분, (경찰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읍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부분은 삭제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민주노총이 공개한 비디오테이프가 경찰의 폭력성만을 부각시킨 탓에 정확한 진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이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는 한편, 350여개의 테이프를 각 언론사와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이 테이프는 일차적으로 인천경찰청이 만든 테이프를 넘겨받아 뉴스와 채증사진 등을 포함시켜 만든 것”이라며 “단순한 편집상의 실수로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변협은 오는 18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경찰의 과잉진압 및 박 변호사의 발언 등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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