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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교수가 말하는 한국의 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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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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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리포터 > 사회
- 박노자가 말하는 '교육' -
16강 진출권을 따내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선 날, 교사아카데미 강좌가 있다.강연은 정한 시간에 바로 시작되었다.한 손을 가슴과 배 사이에 두고 공손히 절하는 박노자씨는 한국 사람 못지 않은 언어구사와 차분한 몸가짐으로 내내 강연를 이끌었다.
그는 우리의 교육을 러시아(노르웨이)와 비교하며 얼마나 우리 교육이 체제순응적이며 전근대적인 모습이 많이 노출되어있는 지에 대해 꼼꼼하게 비교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 있던 체벌과 학교의 모습은 물론, 공교육의 부재라고 느낄만큼의 사교육 열풍을 잘 비판하고 있었다.
그가 한 말을 모아 주제별로 나눠보았다.
- 특수목적고 -
구 소련은 고등교육이 특수화되어 있었는데, 지금의 우리나라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와 비슷한 것으로 전문인력을 배양하는 곳이었다. 자연과학이나 문리학 분야는 민주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고, 레닌그라드의 상트 페테르부르그 특목고는 아무나 재능만 있다면 선택할 수 있었으니 입시지옥은 없었단다. 대학 1,2년 이후엔 대학원 수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수업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특수목적고 답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단점이라면 그 인력이 원자력이나 핵무기로 개발에 쓰여졌다는 것이나 꽤나 합리적인 시스템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박노자씨는 그 중 세계사문학 특수목적고에 다녔는데, 공산주의 체제에서 세계사만도 400쪽이 넘었으니 서구중심주의라는 점을 제외하면 얼마나 전문적으로 배웠는지 알 수 있겠다. 그 곳에서 번역된 김만중, 김소월을 배웠다는 그는 영어영문특목고는 계급, 계층에 무관한 다른 특목고와 달랐다고 말한다. 소련 말기 미국인에 준한 아이로 만들고자한 소련의 정책으로 '영어'로만 수업하고 영어만 공용어가 되는 공간을 만들 정도로 세계체제 중심으로 나아갔단다.
그들은 간부나 지배층의 자녀로 구성되어있었는데 학생이 교사를 무시하고 마약을 하는 것이 지금의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한국학생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지배계급의 순리주의적 매판성향이 보인 예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제2공용어로 한 듯한 영어열풍, 조기유학과 비슷한 셈이다.
- 집단 따돌림 -
소련 말기엔 비교적 없었는데, 그 첫째 이유는, 지배층은 2~3%일뿐 나머지는 비슷비슷한 계층적 갈등이 심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학교 안에서 학교 통제 매커니즘이 많다는 것이다.교사가 대인관계, 태도에 관심을 가지고 학부모와 협조하여 방지한다는 것인데, 얼마 전 미국이 진정한 공립학교라 칭한 펜타곤 부속학교와 비슷한 듯 하다. 부모의 대부분이 직업을 갖고 있지만 학교에서 부르면 언제나 달려갈 수 있는 마음가짐의 학부모 연계체제가 잘 되어있었다. 언제든지 학부모가 수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여러 인종이 모여있지만 차별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부모가 수업에 참여하는 시스템이야 말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하나가 되어 흥미롭고 알찬 수업을 할 수 있다면 사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셋째는 훈육단체로서 이념교육이 철저했다는 것이다. 국가주의, 군사주의, 애국주의의 주입이었지만 나름대로 일상적 태도를 고치는데는 기여했다고 한다.
그 나라는 전체 학생의 18%가 교실 내 폭력의 피해자인데, 대부분이 상징적 폭력(침뱉기, 분비물 던지기 )이 심하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애정 결핍과 소비주의 성향에서 온 시청각적 폭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 대책 방안으로 첫째는 '노동환경 보호법'으로 학교도 직장으로 간주하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고 피해자에게 중앙일간지에 편지를 써서 국민들이 널리 알게 한다고 한다. 마치 성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우리나라의 사례처럼.
- 체벌이 없는 나라, 노르웨이 -
러시아엔 체벌이 없다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특징이라고 말한다. 물론 제정 러시아 때는 체벌을 숭상하여 맞아야 좋은 군인이 되고, 애국심과 자존심이 많아진다고 할 정도였지만, 볼세비키 혁명의 리더가 집권한 후 체벌은 폐지되었단다.
그렇다면 체벌 없이도 통제가 잘 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첫째는 '부끄러움'을 준다고 한다.교사가 학생의 잘 못된 행동을 지적할 때, "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라든가 " 네 아버지가 공무원이신데 네가 그러면 되겠느냐" 라고 물어보면 고개를 숙여 말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이를 악무는가. 그런데도 그 나라는 충분히 부끄러워하고 다시는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우리 아이들이 학습태도나 행동의 잘 못이 있어도 자신의 행동에 무감각하고, 벌을 받으면서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걸 보면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해결방법을 찾는다고 한다.잘 못된 행동이 있을 때 부모에게 알리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 교실 내에서 학생에게 존대말 사용하기 -
존대말을 더 이상하게 여기는 우리의 교실과는 달리 그 나라는 고등학교의 경우 교실 내에서 학생에게 "반말"이 금지되어있다.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16세는 성인의 의무가 있으므로 어른으로 대우해야한다는 생각에서란다.
그는 그의 아내로부터 전해들은 교실 내에 존재하는 수직적 관계, 즉 교사와 학생, 반장과 반 아이들의 관계가 군사문화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체벌 가운데 엎드려뻗쳐나 운동장 돌기, 손 뒤로 한 채 머리를 땅에 닿는 행위는 군대문화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것이 무의식적으로 체제 순응적이고 권력순응적으로 만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의 경우 존대말을 들으면 더 이상해 하는 경우가 많고 어린애 취급을 한다면서 도리어 반말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쩌면 반말을 듣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다가 어른이 하는데 당연 나이가 어린 사람은 듣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때문은 아닐런지.
- 사교육도 공교육과 다를 바 없다 -
노르웨이는 대입이 없는 나라며, 오지학교를 인수해서 만드는 사립학교가 있지만 교육기준에 의하면 공립이나 마찬가지로 학비가 별로 들지 않아 사립이지만 공립이나 다를 바 없는 나라다.
공교육의 부재를 이야기하는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은 더더욱 사학재단의 비리 폭로와 함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이 경우를 보면 노르웨이 교육은 비교의 대상이라기보다 모범 사례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교육 민주화가 150년 정도 더 빠르다는 것은 그만한 세월의 값이 있는 것이리라.
결국 그가 말하는 진정한 교육은 '평등지향'과 '민주적 참여'로 요약된다.
학교 안에서 평등지향적 분위기를 만들어,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수직적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생활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운영 참여 방법을 모색하여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민주적 참여 욕구를 갖게 하는 일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폭력'에 노출되어 왔는지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 학년이 높으니까, 나이가 많으니까, 키가 크니까, 내가 더 잘 사니까, 공부 잘 하니까" 등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다.
우리나라 가수 ㅈ씨가 언젠가 인터뷰하면서 한 일화가 생각난다. 자신의 딸이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해서 그것을 줄이기위해 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그러다 언젠가 자신이 하고픈 일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제약도 만들지 않았으면서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딸에게 제약을 한 것이 부당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 생각이 끝나자 마자 다시 하고픈 대로 하라고 했더니 그 후로 아이는 컴퓨터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어른이니까 되고 어린이는 안 된다'라는 생각이 얼마나 자기 위주의 생각인가를 반성하게 한다.
강의 내내 겸손하면서도 박식한 그의 언변에 놀라고, 그가 찔러대는 우리 교육과 문화에 대한 생각이 부끄럽기도 하여 각성이 된 듯 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투표율과 지지율이 월드컵 응원 열세와 얼마나 비교되었는가. 정작 우리 땅에서 노는 축구경기 한 판 맘 놓고 경기장에서 못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괴감까지 생길 판이다.
어딘가로 퍼내야할 질러야할 것들이 월드컵 응원을 통해 발산해 낼 수 있어 그나마 숨통을 트는 사람들. 그들에게 '평등'을 말하는 사람, 박노자. 그가 사회주의체제 속에서 자란 이유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생각해보아야할 것이 있다. '자유'와 '평등'
어떤 선생님이 참 좋은 강연이었다면서 이런 말들을 들으면 다른 나라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잠시 몸이 흔들렸다. 그것은 이 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을 안고 하나씩 함께 고쳐나가기보다는 질려서 다른 곳으로 도피하고싶은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 가운데 다시 한번 읽게 하는 부분 글 둘을 인용하며 그의 강연 느낌을 마친다.
하니리포터 김명신 /alsum@hitel.net
1. <한국의 대학과 대학교수, 학생들>
"운동권"이라는 사회 대안 세력이 유일하게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대학"을 왜 하필이면 제도권 세력들이 이토록 존중하느냐는 질문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엊그제 해외 자본과 결탁한 재벌들을 타도하자고 구호를 외쳤던 젊은이들을, 오늘은 바로 그 재벌들이 별 의심 없이 입사시켜 주고 중책까지도 맡겨 주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이냐는 질문이다. 엊그제 쇠파이프를 들어 민족 해방을 쟁취하겠다는 사람이 입사한 뒤에 직장 조직의 규율을 잘 지키며 술자리에서도 미국 바이어 앞에서 제국주의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재벌들이 어디에서 얻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지식 기술자들이 재벌들에게 어차피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왜 해외 대학의 학부를 졸업한 사람들보다 그래도 "운동권"이 강한 국내 "명문" 대학들의 졸업자들을 선호하는지, 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전문대 출신도 할 수 있는 업무를 왜 "대학"출신들에게 꼭 맡기는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차원에서는, 예외도 없지 않지만, 엊그제 "사상"과 "이념"에 빠졌던 사람들이 오늘은 별 "이념"도 없는 직장 상사를 열심히 모시며 승진만을 꿈꾸는 것은, 외국인에게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
지금 평범한 서울 중고생에게 " 우리 민족의 영웅이 누구냐 "고 물어보면, 분명히 이순신과 을지문덕, 세종대왕의 이름들이 나열될 것이다. 하기야, 서울 한복판에서 을지로와 세종로, 충무로를 오가며, 이순신상과 세종문화회관을 매일같이 볼 수 있는 학생이라면, 그 이름들이 뇌리에 새겨지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물론 필자도, 역사적인 상황에서 이들 국왕 무장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차원이 다른 문제는 비록 백성을 위해주는 권력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폭력이었지만, 일단 권력과 군사적인 폭력을 상징하는 이들을 왜 하필이면 '민족의 상징'으로 설정해야하는가?
온 인류가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자비와 동심의 상징, 예쁘게 웃어주는 '서산 마애삼존불상'을 만든 백제의 이름없는 장인들이나, <춘향가>,<심청가>와 같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을 대대로 불렀던 조선조 무명의 판소리꾼들이, 차라리 '가치공동체'로서의 한민족을 상징했으면 어떨까? 광개토왕이나 김유신의 '영웅적'인 대형 살인, 약탈을 애국애족의 상징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세뇌시키는 대신에, 그때 평민들이 서로 어울리고 명절 때 탑돌이하며 서방 정토 왕생을 빌었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면, 최소한 아이들이 배금, 폭력 위주의 미국 대중 저질 문화의 유혹에 넘어갈 확률이 적지 않을까? 민족의 과거를 우리가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과거의 일 중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어 '민족'의 표본으로 삼는가에 따라 민족의 미래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한겨레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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