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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교육실정 책임세력 반성은 커녕 새 정부 교육개혁 판에 또 개입
 처음처럼  01-16 | VIEW : 969
"교육실정 책임세력 반성은 커녕 새 정부 교육개혁 판에 또 개입"
교육시민단체, 인수위 박모 교육담당 팀장 '사퇴 요구' 움직임

윤근혁 기자 edupress@orgio.net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직후인 1월초부터 교육시민단체들한테는 걱정할 일 한 가지가 생겼다. 그것은 '국민 참여 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가 첫발부터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에 다시 휘둘리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에서 비롯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나라당 정권 시절인 95년 5·31교육개혁을 별다른 비판 없이 계승한 문제투성이 정책으로 비판받아 왔다.

교육시민단체, "교육 공약은 공염불?"

교육정책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것은 바로 교육관료와 학자들. 교육단체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교육계의 주류로서 교육을 망친 장본인들이 자성은커녕 특정 학맥과 얽혀 또다시 새정부의 개혁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 선정 과정과 대선 공약에서 크게 후퇴한 교육부의 13일 인수위 보고 내용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당초 대선 기간 공약은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걱정 어린 발언은 10여 년 전부터 교육운동을 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회장 박경양),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등 주요 교육단체의 핵심 간부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내 한 개혁 인사도 1월 초 "전 정권의 교육개혁을 주도한 연구소와 특정 의원이 추천한 사람들이 새정부 교육정책 틀을 짜다간 교육부 개혁과 학벌주의 청산, 교육복지 실현 공약은 물 건너 갈 것 같다"고 최근 심경을 털어놨다.

시민단체·인수위 간담회에서 생긴 일

지난 14일 오후 6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간담회가 열린 상공회의소. 교육단체에 의해 새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로 지목된 박모 교육담당 인수위원(동국대 교수)의 발언이 끝나자 비판하는 말이 쏟아졌다. 다른 인수위원의 발언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박 인수위원은 현재 인수위에서 노 당선자의 10대 개혁과제 데스크포스팀인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분야의 팀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 위원은 이날 시민단체 대표 4명의 직격탄을 맞아야 했다.

"말씀 듣고 굉장히 충격이다. 박 위원은 (새 정부 공약과 달리) 차별을 줄이자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아래부터 민주화 요구 있는데 교장과 교육부 등 위에서 막고 있으니 문제 아닌가. 이를 고친다고 하기보다는 이전 정권과 같이 조화로운 학교나 공동체를 얘기하고 있으니 박 위원께서는 현재 교육계 현안에 대해 너무 모르시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강내희 문화개혁시민연대 대표·중앙대 교수)

"인수위원 말 듣다가 절망감만 크게 들었다. 공약에 방향과 기조는 이미 나와 있는 것 아닌가. 그 걸 지켜야 하는데 벌써부터 방향을 고치겠다고 하니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이동진 전교조 정책위원)

"인수위원 훈화에 대해 항의한다. 수십년동안 독재정권과 같이 해온 관변단체와 노 정부는 어울리지 않으니 손을 끊어라."(문화개혁시민연대 관계자)

"제가 교무처장인데 여기 오기 전에 동료교수들한테 의견 물어보니 교육부가 노는 게 학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하더라. 박 위원님 훈계성 발언에 참석자들 불만이 많은데 인수위원이 (공약과 다른) 입장을 계속 가지려고 하는 게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송보경 소비자시민의 모임 대표·서울여대 교수)

이날 이 같은 비판을 불러일으킨 박모 인수위원의 문제 발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화합하는 교육공동체'가 새 정부 교육개혁 지표?

"인수위원회가 당선자의 말대로 큰 틀과 방향 그리는 건 사실이다. 지금 교육계는 화합하는 공동체가 무너져 있는 게 사실 아닐까. 교장 선생님은 정년단축으로 낙심하고 교사들은 개혁 대상으로 몰려 있다. 새 정부 교육개혁은 교사와 교장을 위에 올려놓고 처음부터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그는 "(교육단체에서 요구하는) 고교 평준화 제도 확대는 시골까지 평준화하라는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평준화란 말은 박정희 군사문화시대 유산이니 전교조는 '평준화'란 말을 쓰지 말아달라"고 주제와 벗어난 제안을 하기도 했다. 박 위원은 또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 "미국 유명 대학들은 다 뒷문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그 사회적 대가로 사교육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무척 색다른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박 위원은 자신의 발언을 끝낸 직후 장내가 술렁이는 상태에서 '일이 바쁘다'며 자리를 떴다. 따라서 박 위원은 위와 같은 교육시민단체의 비판 목소리를 직접 듣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1월 8일 교육시민단체에서 주최한 '노무현정부 교육개혁' 토론회에서도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이날 토론회는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전교조, 정의교육시민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백여 개의 교육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새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대중 정부 '시장주의' 교육정책을 또…

이날 토론자로 나온 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서울교육포럼 정책실장)은 "한나라당 교육정책을 그대로 이어 받은 김대중 정부의 실패에 대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면서 "최근 인수위 구성 과정은 특정 세력들에 의해 휘둘렸던 교육정책과 인사의 썩은 관행이 또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분야 인수위원 임명 과정을 보고 이회창 후보에 줄 선 것으로 알려진 80%의 교육관료들이 안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다"며 이날 참석한 박모 인수위원과 그 주변 세력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날도 박 인수위원은 비판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자리를 떴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김용일 인수위 전문위원(한국해양대 교수)은 자유발언에서 "노 당선자의 개혁의지보다 못 미치는 다양한 힘이 미치고 있어 솔직한 심정으로 (교육개혁이) 그렇게 녹녹하지 않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박 인수위원은 교육부 사람"

실제로 14일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박 인수위원은 교육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박 위원을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개혁추진 입시분과 자문위원, 지방대 특성화 평가위원, 전문대 특성화 평가위원, 가상대학 시범운영 평가위원 등에 임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박 위원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와서도 교육부에서 진행한 '사립학교 노후시설 개선방안' 등 정책연구과제를 수 차례 수주하기도 했다. 교육부 간부들 상당수가 박 교수가 근무하는 대학의 교육대학원을 나왔으며 현재도 3명의 사무관이 이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로선 박 위원과 '아주 긴밀한 사이'인 셈이다.

현재 교육단체의 우려는 한 두달 일하고 떠날 박 위원보다는 교육개혁의 청사진이 뒤바뀔 수 있으며 교육개혁을 망친 책임자가 교육 부총리로 임명될 수도 있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인수위 관계자 4명의 말을 종합하면 박 교수는 교육공약의 기본 방향인 '참여, 자치를 통한 교육혁신,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복지 강화'란 구호를 접어둔 채 '신뢰로운 교육 다양한 학교, 교단안정과 사교육비 절감' 과 같은 기조 변경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교육공동체의 조화를 강조하는 그와 그를 추천한 진영의 교육철학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그가 주장하는 '교육공동체'와 '조화'라는 말은 교육암흑기라 할 수 있는 유신정권이나 전두환 정권 시절 국정 교육지표와 크게 다르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개혁이 반개혁 요소를 줄이고 개혁 요소를 늘이는 행위라고 본다면 반개혁 세력과 개혁 세력사이에 '공동체'와 '조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오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 모 위원을 추천한 것으로 보이는 세력이 벌써부터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인과 보수 학자들의 모임인 안민정책포럼을 주도하는 한 교수를 교육부총리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교수는 김영삼 정부시절 5·31 교육개악 조치를 진두지휘한 학자로 이 사람이 부총리에 발탁되는 즉시 교육시민단체는 한나라당의 시장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 반기를 들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시민단체가 1월말 2개의 토론회를 급히 잡은 이유

이에 따라 교육시민단체는 조심스럽게 박 위원 퇴진운동에 대한 물밑 논의를 펼치고 있다. 흥사단교육운동본부가 오는 20일 '김대중 정부 교육개혁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란 토론회를 잡은 것이나 40여 개의 교육시민단체 모임인 교육개혁시민연대가 오는 24일 '교육부 개혁 토론회'를 급하게 계획한 것은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20일 흥사단 주최 토론회 발제자는 "이번에야말로 좌절된 교육개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박 인수위원의 퇴진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21일 원영만 신임 위원장 기자회견을 갖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예정이다.

2003/01/15 오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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