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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2003년 국제정세전망: 저항과 투쟁의 새로운 동학 형성기
 희야  01-07 | VIEW : 975
[노동자의힘] 2003년 국제정세전망: 저항과 투쟁의 새로운 동학 형성기

원영수(노동자의 힘 회원)

되돌아보면 지난 해 2002년은 국제정세에 있어 중대한 사건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2001년의 9.11 테러공격의 여파 속에서, 불확실성 속에서 시작된 2002년은 연초 제2차 세계사회포럼이 "신자유주의 반대, 제국주의 전쟁반대"의 슬로건 하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됨으로써, 부시정권의 제국주의적 공세에 저항하기 위한 교두보가 확보되었다.

그리고 로마의 노동법개정 반대투쟁을 필두로 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의 총파업과 영국과 공공부문 파업과 소방노동자 파업, 프랑스 노동자들의 반민영화 총력투쟁 등 전지구적으로 노동운동의 전투화 경향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선거정치의 차원에서도 남미의 브라질과 에쿠아도르에서 좌파정권이 등장하였다. 이로써 남미를 중심으로서 미국 중심의 일극 제국주의 체제에 저항의 가능성이 생겼다.

새해의 국제정세는 이와 같은 역동적 세계정세의 연장선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제 반세계화운동은 국제기구들에 맞선 국제적 동원의 차원만이 아니라, 일국운동의 메카니즘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어, 일국 정세 내에서도 새로운 저항과 투쟁의 동학이 형성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임박한 이라크 침공과 국제반전운동

9.11의 예상치 못한 충격 속에서 미국 제국주의는 단말마적 발악을 거듭하고 있다. 본토테러에 대한 분풀이를 아프가니스탄 민중에게 퍼부은 부시정권은 국내의 강력한 반전운동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푸들 토니 블레어의 거의 유일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전쟁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비록 대다수의 국가들이 UN을 통한 평화적 분쟁해결을 지지하고 있지만, 대량살상무기, 민주주의 운운 온갖 핑계거리를 대가면서 전쟁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부시정권은 이미 아프간 침공과 대이라크 전쟁공세를 통해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석유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했으며, 한층 더 나아가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 우위에 입각한 새로운 세계질서의 공고화에 혈안이 되어 있다. 특히, 행정부 내부의 민간인 지도부는 군부의 신중론을 무시한 채 전쟁분위기를 고무시키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맞선 국제적 반전운동은 새로이 구축되고 있다. 과거 걸프전이나 유고공습 때와는 달리, 미국주도의 이라크 공습이 갖는 부당성에 대한 정치적 폭로와 함께 대규모 시위와 행진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11월의 유럽사회포럼과 함께 열린 이탈리아의 반전시위는 사상 최대의 규모였으며,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할 경우 유럽 각국의 수도에서 동시적 항의시위를 조직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제 반전운동은 반세계화운동의 다른 축을 형성하면서 미국주도의 제국주의 지배체제와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에 대한 전지구적 저항의 기초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반세계화운동 - 위기를 기회로

반세계화 운동은 2002년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차적으로 9.11 테러와 WTO 도하회의를 계기로 반세계화 운동은 위기를 맞았다. 미국 내에서 IMF-세계은행 총회에 맞서려던 투쟁이 취소되었고, WTO 각료회의에 대한 투쟁은 테러의 심리적 압박과 접근의 어려움 때문에 상징적인 국제행동의 날로 왜소하게 치러졌다. 미국의 아프간공세에 대한 시기적절한 대응을 조직하지 못하자, 성급한 논자들은 반세계화운동의 소멸 또는 위기를 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월말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세계사회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4월 바르셀로나에서의 사상 최대규모의 동원은 반세계화운동이 반동적 공세를 극복하였음을 보여주었다. 그와 더불어 경제적 신자유주의와 지구화에 대한 반대가 반제국주의-반전 운동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에 대한 의식적 각성과 함께 새로운 반전투쟁의 고양이 시작되었다. 영국 런던의 40만 반전시위는 이를 웅변한다.

그리고 세계사회포럼은 대륙-국가-지역별 포럼의 형태로 지리적 확장과 함께, 주제별 포럼을 통해 한층 더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은 10만여 명이 참여한 최대규모의 동원과 강력한 100만 반전시위로 그 절정에 올랐다.


격동하는 남미정세

2000년 12월 델라루아 정권을 타도한 아르헨티나의 봉기로 시작된 남미정세는 급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주도로 강행되는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에 반대하는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투쟁은 뜨거웠다. 두알데 정권 아래서 아르헨티나 민중운동은 페케테로스 실업자운동, 지역 민중회의, 공장점거 자주관리운동, 냄비시위 등 강력한 동원을 통해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4월의 반차베스 쿠데타는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수많은 군사쿠데타로 점철된 격동의 남미 역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반동쿠데타가 민중의 힘으로 다시 타도되었다. 볼리바르주의로 상징되는 베네수엘라 빈민계급은 미국 제국주의의 노골적인 지원 아래 체제전복을 기도한 반동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회복하였다.

이와 같은 반신자유주의의 대륙적 고양 상황 속에서, 선거정치에서도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 가속화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권의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였던 브라질 노동자당의 룰라 후보가 갑자기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달린 끝에 브라질 사상 최초로 좌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곧이어 중미의 작은 나라 에콰도르에서도 2000년 원주민 봉기에 가담했던 군지도자 루시오 구티에레스가 민중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억만장자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경우, 남미의 신자유주의적 신종속체제를 발본적으로 변혁할 의사와 역량이 없기에 국내외적 줄타기를 통해 시간을 벌거나 남미판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시도는 머지 않은 미래에 그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좌파" 정권들이 잊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집권과 현재의 정세는 지난 10여 년 간 남미의 강력한 대중투쟁의 정치적 성과라는 점이다.

소련과 동유럽에서 국가사회주의의 붕괴 이후, 대안부재의 정치적 맥락에서, 계급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외채위기와 살인적 인플레로 상징되는 "잃어버린 10년" 1980년대,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처방의 모순이 폭발하여 연이은 경제위기와 실업-빈곤의 확산으로 상징되는 1990년대는 이제 남미에서 신자유주의 노선의 최종적 실패를 선언하였으며, 날로 증가하는 실업과 빈곤에 대한 민중의 저항은 마침내 대륙적 차원에서 힘의 관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최근의 변화는 거대한 역사적 운동의 작은 행보이겠지만, 신자유주의, 아니 자본주의에 대한 변혁적 대안의 모색은 이미 시작되었다.


유럽의 노동운동 - 새로운 부활의 신호

소련붕괴 이후, 전 유럽을 휩쓴 중도좌파(노동당, 사회당, 사민당) 정권의 우경화와 신자유주의로의 수렴이 가져온 정치적 공백은 1990년대 후반 연이어 우파정권을 등장시켰으며, 낮은 수준에서나마 우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작년 이탈리아의 노동법 개정 반대투쟁으로 촉발된 노동자계급투쟁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의 총파업으로 이어졌으며, 영국과 독일의 공공부문 파업으로 계속되고 있다.

한때 잠시 정치권과 학계를 풍미했던 이른바 "제3의 길"이 정치적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유럽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간단히 입증되었다. 그러나 사민주의에 대한 정치적 종속과 두터운 관료주의는 여전히 노동자계급투쟁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전 유럽적 차원에서 고양되는 반세계화운동, 반전운동에 노동조합 지도부가 여전히 수세적, 방어적 대응에 머물고 있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사민주의 세력의 우경화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있어 공백이 존재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대중투쟁의 고양과 더불어 발본적인 노동운동 지형의 재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의 노동운동은 아직 이 과제에 대응할 만한 주체형성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비록, 변혁적 좌파세력의 부분적 성장으로 새로운 정치질서의 형성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계급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의 회복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과제는 새로운 대중투쟁의 확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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