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교육 연구소 ▒▒▒

제81호 (2007. 4. 30)

[초점] '토플대란'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4월 10일, ETS가 일방적으로 시험접수를 중단하면서 야기됐던 '토플대란'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빗발치는 응시생들의 항의에 ETS가 몇몇 수습책을 내놓기는 했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우리 사회의 반응을 분석하는 글을 싣는다.
토플대란, 민방위훈련 아닌 실제상황

[동향] 꿈틀꿈틀, 전교조 5-6월 대중투쟁 동력과 전망은

/긴박! 4월 투쟁

4월 2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오후 2시. 1,700 ~ 1,800 여 명의 전교조 조합원이 운집한 가운데, 사학법재개정 저지(1부), 교원평가입법화 저지(2부)를 위한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사학법재개정과 교원평가입법화가 4월 국회에서 다루어진다는 긴급한 일정이 전해지면서 며칠만에 급박하게 개최되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학기 초에 그 동안 별다른 투쟁전선이 없어 현장 동력이 별로 없던 상태. 그래서‘천명도 안 되면 어떡하지’하고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많은 인파. 걱정에 비해 다행스럽기는 교원평가입법화저지를 위한 서울지부 비상투쟁본부 발대식도 마찬가지. 주말에 부랴부랴 연락돌리고 월요일(4/16)에 집회를 했는데, 지부장과 몇몇 지회장들이‘삭발’한다는 소문이 돌아서인지 그럭저럭 200명 가까운 조합원이 참가했고 바로 다음날부터 국회의원 지구당 방문 및 1인 시위를 전방위적으로 전개하였다.

/중간활동가들의 긴장과 결의

최근 급박한 일정과 걱정에 비해 집회참가 인원이 많았던 것은 무엇보다 4~5월 시기 교원평가법제화, 사학법재개정 등 긴박한 정세가 중간활동가들로 하여금 빠른 속도로 긴장과 결의를 북돋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급박했던 4월 임시국회 시기는‘뚜껑열리게 하는 당’의 내분과 겹쳐 다행(?)스럽게 이월되고 아마도 6월임시국회에서 승부가 나게될 듯.

한편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일을 아무런 대응과 준비 없이 다급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급작스럽게 터트리듯 일을 전개한 집행부의 안이한 태도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비판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뜬금없는 5월 교사대회 지방개최를 제출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도. 모쪼록 집행부와 조합원이 민주적 의사소통 속에 단결하여 힘있는 5월 투쟁을 전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힘있는 대중투쟁으로 5~6월 투쟁 승리해야

사학법과 교원평가법제화 문제가 걸려 있는 5~6월 투쟁! 4월 투쟁에서 나타났듯 중간활동가충의 긴장과 결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분명한 방향 속에서 올바른 전술방안들을 제출하고 싸워 나간다면 5~6월은 중간활동가층을 넘어서서 광범한 대중과 결합한 힘있는 투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이 시기 힘있는 대중투쟁으로 당당히 싸워나간다면 이미 도래하고 있는 대선국면을 타고 승리를 이루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동향] 아직 작지만 조직적으로 나서는 청소년들: 미친 학교를 혁명하라!

/집회 이모저모

4월 14일 오후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두발자유 및 학생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집회가 열렸다. '2007 청소년 인권행동의 날'을 한 달 앞당겨 아수나로 등 여러 청소년인권단체들이 함께 연 이 집회에는 청소년들과 이를 지지하는 교사,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하여 청소년들의 자유발언을 적극지지하고 인권개선을 위해 거리에 나선 청소년들을 격려.

이날 집회의 주요 구호는 두발용의복장 전면 자유화/ 체벌,폭언,폭력 당장 그만/ 휴대폰등 소지품 압수금지/ 입시살인, 입시 신분제, 강제자율보충학습 반대/ 학교 민주주의 쟁취 등 5가지. 청소년들은 꿈꾸는 학교와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은 상징의식을 진행하였는데, 학교에 대한 불만을 적은 스티커가 붙혀진 학교 모형을 직접 무너뜨리고 지나가는 퍼포먼스를 연출. 집회를 마친 청소년들은 교육부앞까지 행진했고, 교육부 앞에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과 희망을 모두 풍선으로 적은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교육부에 버리려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을 애워싸고 저지하려는 전의경들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조직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의 행동을 주목한다

지난 2005년 봄 2008년 입시안이 발효되면서 “우리는 삼결살이 아니다.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멈추라!” 면서 새로이 등장하기 시작한 청소년인권집회는 올해로서 3년째 열리고 있다. 이들은 내신이냐 수능이냐를 떠나 입시 자체의‘폐지’를 요구하고 반인권적 상황이 판치는 학교를‘혁명’할 것을 주장하는 등 문제의식만큼은 어른들보다 낫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권리와 문제의식을 주장하는 움직임이 점차 조직화되고 있어 한국사회의 밝은 희망을 비추는 듯. 참고로 청소년들의 움직임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청소년인권단체 홈페이지를 함 방문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 전주 청소년인권모임 나르샤
* 전쟁에 반대하는 청소년들
* 청소년 자유언론 오답승리의 희망

/한고학련의 청소년 설문조사

한편 전국의 47개고교학생회가 참여하여 결성한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한고학련)는 전국 13개 인문계 고교 2·3학년생 3882명을 대상으로 대학입시 제도 관련 설문을 실시하여 지난 4/23일 언론에 발표하기도 했다.

설문결과는 고교등급제의 경우 조사 대상 학생 60%가 금지에 찬성, 본고사도 65%가 금지 찬성이었고 기여입학제도도 반대(50%) 의견이 찬성(43%)보다 많았지만 격차는 적은 편이어서 의외. 기여입학제 찬성이 제법되는 것을 어찌 해석해야 하는지....좌우지간 청소년들은 3불에 모두 찬성인 셈. 만약 입시 폐지를 물었으면 더 많은 찬성이 나오지 않았을까? 어쨌든 집회도 하고, 설문조사도 하고 바야흐로 입시고통 탈출과 인권 증진을 위한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활성화되는 기운이 느껴지는 상황이다.

[한미FTA 타결 이후] ‘다중인격장애’의 한국사회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시작되나

한미FTA 타결 이후 진보진영과 FTA 반대진영은 이제 비준 반대운동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기지개를 피고 있는 상황. 그런데 그 동안의 반대투쟁 성과(?)의 반영인지 대다수 국민들은‘한미 FTA가 한국에 손해’라고 생각. 그러면서도‘타결에 찬성’하는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심광현 교수는 인도네시아 해변가의 사람들이 쓰나미를 실제로 닥쳐오기 전에는 아름다운 자연현상으로 감상했던 사실에 비유하면서‘현실화되기 전까지의 환영’으로 규정하고 FTA의 가혹한 현실이 닥치면 상황은 바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분석. 그 외 여러 군데에서도‘다중인격상황’등 현실인식과 전망, 태도가 분리된 한국사회의 모순 상황에 대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는 중이다.

한미FTA는 대자본의 쓰나미, 문제는 국민이다!

<미디어 오늘>의 경우 타결 직후 여론조사가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왜곡된 홍보와 이미지에 의한 것으로 “FTA 용비어천가, 뒤집을 수 있다”면서 향후 여론 반전의 역동적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 실제로 네이버에서의 인터넷 찬반투표란을 보면 타결 직후에는 55% 대 30% 정도로 찬반 격차가 25%에 이르던 것이 차츰 좁혀지면서 4/20일 경에는 47% 대 38% 정도로 찬반 격차가 10% 미만으로 줄어들기도. 이를 두고 5월 이후 협정문 전문이 공개된 이후에는 다시 여론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

한편 타결 이후 논의와 관련 진보교육뉴스가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정신분열’‘다중인격장애 상태’등으로 표현되는 한미 FTA를 둘러싼 모순적 사회상황을 목도하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다시 부활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 손해라고 생각하면서도 타결에 찬성한 것은 득실 논쟁 보다는 이데올로기적 지평에서 밀린 때문이고, 한국사회의 현재적 병리 상황, 그 기반이 되는‘인간적 가치와 존엄’무시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성찰적 논의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FTA 타결 이후 많은 논의들에서‘인간에 대한 예의’‘존중’‘위선과 기만의 정치학’등 사회현상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종종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진보진영의 내용적 대응의 대부분이 사안에 대한 제도적 분석과‘구조조정’‘실업’등 손익의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던 점이 없지 않았고 오히려‘자유, 창의력, 다양성...’ 등 가치 의제들을 지배세력에 빼앗겨 왔는바 이 같은 한계들이 이데올로기적 기반의 한계로 작용해 왔던 것. 그런 점에서 타결 이후‘사회현상에 대한 철학적 접근법’이 다시 등장하는 것은 진보진영의 이데올로기적 지평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상황과 접근방식의 등장이라 보여진다. 다시금 철학적 논의의 부활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