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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뉴스

제80호 (2007. 4. 9)

[초점] 3불 논란 속에 '대학평준화' 불을 지피다

지난 3월 21일 서울대가‘3불 폐지’를 언급한 이후 기득권층과 언론이 가세하고 정부여당과 교육시민단체가 대응하면서 3불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3불 논란의 와중에서 민주노동당 대선주자들은‘3불 수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실현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학벌없는사회, 전교조, 범국민교육연대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던 ‘대학평준화’가 새로운 차원에서 진보진영의 강력한 요구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입시 문제는 올해 대선국면에서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새롭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대학평준화’주장은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교육요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정동영 같은 자유주의자도‘입시폐지, 평준화된 교양대학’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래저래 대학평준화 논의에 동의하거나 동참하는 사회세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세적인 ‘3불 논란’을 넘어 공세적인‘대학평준화’로 나아가는 실천적 방침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더욱 공세적인 지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3월 27일에는 17개 교육사회단체가 3불 정책 폐지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정상화와 공공성회복을 촉구하기도 하였는데, 이날 참석자들은“‘3불’이라는 말은 부정적 이미지다.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라고 풀어서 쓰자”고 논의하기도 했다는데, 말싸움, 개념싸움, 이미지싸움의 중요성에 대한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진보교육뉴스의 생각.

※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대학평준화 주장

― 권영길
“'3불정책 폐지'가 아니라 '서울대 폐지'해야”
“입학은 쉽게, 공부는 열심히, 졸업은 어렵게 하는 대학시스템 만들어야”

― 노회찬
“정운찬, 3불 정책 폐지 주장에 앞서, 전국 수재 5천명 갖고도 북경대에 뒤쳐진 이유부터 해명해야”
“대학들, 우수학생 뽑는 것보다 우수학생 키우는데 더 신경써야”

― 심상정
“교육문제, 3불 3통으로 풀자”
“국공립대 입시전형-학점이수-졸업시험 통합 제안”

― 최순영, "3불정책 폐지? 대학 평준화하라" <레디앙>

― 이형빈, “강북이나 지방 애들은 원서 쓰지도 마!" <참세상>

― 강내희, “‘3불 정책’을 넘어 ‘입시철폐’로”, <참세상>

[동향] 한미FTA 협상 타결, 교육분야는 방어를 너무 잘 해?

오로지 체결 자체가 목표였기에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전격 타결된 한미FTA 협상이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공공서비스 분야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또다시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협상 타결 직후 노무현은 ‘서비스 분야에서 너무 방어를 잘해 불만’이라며 짐짓 능청까지 떨었고, 교육부는 “교육시장은 개방 대상에서 포괄적으로 제외됐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문제를 축소하고 감추기에 급급했는데, 이는 거짓말임이 곧 드러났다. 미 무역대표부가 협상 타결 직후 발표한 <한미FTA 요약>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서비스에 관한 WTO 양허를 대폭 개선했으며, 거의 모든 주요 서비스 부문을 통틀어 의미 있는 시장접근을 양허”했고, 또한 “보건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의미 있는 양허를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교육분야 협상내용을 보면, 애초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테스팅 서비스(SAT, 토플, 토익 등)와 원격교육이 미국의 요구대로 개방되었다. 이들 분야는 사실상 이미 개방된 상태였으나, 이번 협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식 명문화됨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개방상태를 유지하되 한국 정부가 필요에 따라 규제조치를 취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예컨대, 미국의 영어나 입시 관련 사교육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영업행위를 하고 국내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별다른 규제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정작 문제는 미국과의 약속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꾸준히 자발적 시장화 조치를 추진하는 데에 있다. 이미 국내 일부 대학들이 앞다퉈 SAT를 입시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편인데, 정부는 이를 제지할 아무런 권한도 능력도 없다. 정부가 말로는 ‘3불 정책 유지’를 외치고 있으나 뒷문으로는 SAT 시장을 열어주어 스스로 3불을 무력화하는 꼴이다.

또한 성인교육과 고등교육 시장은 이미 한국 정부가 개방을 하겠다고 약속한 터, 최근 정부는 외국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 인정 제한을 폐지하였다. 즉 국내 대학에 입학했어도 미국 대학의 학점만으로도 국내 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 유학은 더욱 증가할 것이 뻔하다. 어디 그 뿐이랴. 초중등 영어교육을 확대한다며 원어민 교사와 관련 사교육 업체의 진출과 영리활동을 보장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건 미국이 아닌 한국 정부다.

미 무역대표부 보고서, <한미FTA 요약>

범국민교육연대/한미FTA저지 교육공대위 성명서

한미FTA저지 공공서비스공대위 성명서

[동향] 정부의 사교육대책 '하나마나, 있으나 마나'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고 나선 게 벌써 수년 전이지만, 바램과는 달리 사교육비는 날로 치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란 게 문제의 근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공교육이 대행’하는 방식인 터에 EBS 수능강의, 방과후 학교, 대학생 멘토링, 초등학교 영어체험센터 설치 따위가 대책의 전부다. 정부가 EBS 수능강의에서 시험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한 덕에 온라인 사교육시장은 거대하게 성장하여 EBS 접속자는 점점 줄어든 반면, 온라인 사교육업체만 배를 불렸다.

교육부가 지난 3월 20일 사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저소득층의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온전한 실태조사 결과자료를 공개하지도 않고 몇 개 통계자료를 조작해서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집 사지 마라, 사교육 시키지 말라며 정부가 거짓말을 하는 사이 그 이면에서는 집값은 날로 치솟고, 사교육은 비싼 만큼 톡톡한 효과를 발하고 있다.

“통계로 조작된 교육부의 사교육 대책 효과”, 최순영 의원실 보도자료(3. 21).

[연구소 소식] 회보『진보교육』새 단장

1999년 창간 이래 ‘신자유주의 교육 반대! 교육공공성 쟁취!’ 담론을 선도해 왔던 회보『진보교육』이 4월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선을 보입니다. 판형도 커지고, 표지도 새로운 감각으로, 그리고 읽을 거리도 많아졌습니다. 4월 둘째 주 즈음에 회원 여러분들께 찾아갈 예정이며, ‘선도성’과 ‘대중성’의 결합을 모색하고자 하는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시길.

노력이 배가된 회보이므로 무엇보다 잘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주변의 동지들과도 돌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응이 좋으신 분들에겐 덤으로 회원가입도 권유해 주시고요. 아직 시작이라 부족한 점이 많아 따끔한 비판과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회원 및 여러 동지들의 창의적인 글, 그림, 사진을 보내주시면 더욱 풍성한 회보가 됩니다. 회원과 함께 만들고 함께 성장하는 회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